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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송구…성실히 조사” 박 전 대통령 29자 메시지 의미는

등록 2017-03-21 15:48수정 2017-03-21 16:20

소환 전날 변호인 “준비하신 메시지 있다”더니
모든 피의자들의 단골 멘트 두 문장만 내놔

“완전히 엮었다”던 기존 태도서 누그러져
‘동정여론 통해 구속영장 피하려는 의도’ 해석
“송구 발언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지적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청사로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특혜와 관련한 뇌물수수 및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제모금, 블랙리스트와 연결된 직권남용, 청와대 기밀 문서 유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청사로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특혜와 관련한 뇌물수수 및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제모금, 블랙리스트와 연결된 직권남용, 청와대 기밀 문서 유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뇌물수수 등 13개 범죄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박근혜 전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현관문을 통해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뇌물수수 등 13개 범죄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박근혜 전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현관문을 통해 건물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21일 오전 9시25분께 뇌물수수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단 두 문장, 29자짜리 짧은 입장을 밝히고는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자신의 지지층을 향해 “완전히 엮었다”, “거짓의 산” 등 자극적 용어를 써가며 결백과 무죄를 강변해왔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틀 뒤인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집에 도착한 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정치·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게다가 검찰 출석 전날 변호인인 손범규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출두에 즈음하여 입장을 밝히실 것이다. 준비하신 메시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메시지 내용과 그 수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삼성동 골목 성명’이나 ‘검찰청 포토라인 성명’을 예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결국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과 상관 없이 미리 준비한 “송구하다.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일반적 내용에 그쳤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특별검사가 나를) 완전히 엮었다”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보수·극우성향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거짓말로 쌓아 올린 커다란 산”, “오래전부터 누군가 기획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등 검찰과 특검 수사를 전면 부정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송구하다.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검찰청에 들어서는 피의자들의 단골 멘트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낮은 포복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구속 수사 여론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국민 감정과 검찰을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동 도착 발언이 이른바 ‘태극기부대’ 등 강성 지지층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였다면, 이날 검찰청 도착 발언은 ‘동정 여론’을 통해 구속영장 청구를 피하려는 계산된 메시지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검찰 내부 기류를 탐지한 결과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쪽은 최근 공식선임한 변호인 9명 외에 청와대를 거쳐간 전직 고위 법조인 등을 중심으로 물밑 조언을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이 연루된 대형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정치인들이 정치적 탄압을 주장하는 ‘장외 여론전’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전직 검찰 고위관계자는 “검찰은 조사받으러 오는 사람이 밖에서 많이 떠들고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은 조사실에서 하면 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 쪽은 약발이 안 먹히는 ‘무죄·결백 장외전’ 대신 검찰 소환 조사에는 일단 차분하게 응하되 이후 특검과 검찰 수사의 허점을 파고드는 법리 싸움과 함께 ‘탄핵까지 당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가 미칠 정치·사회적 파장과 국가의 자존심 문제’를 장외에서 집중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구’의 사전적 의미는 ‘두려워서 마음이 거북스럽다’이다. 박 전 대통령의 “송구”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최근까지 청와대에 있었던 한 인사는 “송구하다는 말씀의 본의는 어쨌든 국민들에게 굉장히 죄송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송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적은 박 전 대통령이 마지못해 사과나 사죄를 해야할 때 자주 쓰던 말이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2012년 8월 공천헌금 파문과 관련해 “사실 여부가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이런 의혹이 얘기되고 있다는 자체가 참 안타깝다. 국민들께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자신이 책임질 일이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을 빚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3년 5월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미국 방문 중 성추문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했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의 뜨뜻미지근한 ‘대독 사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박 전 대통령 본인이 나선 것이다. 조각 과정에서 ‘불통 인사’, ‘수첩 인사’라는 비판 속에 낙마자들이 속출할 때도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송구스럽다”는 표현을 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한 ‘송구’는 박제화한 ‘후렴구’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5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첫 대국민 담화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열흘 만인 지난해 11월4일 대국민 담화에서는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을 설명하며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재단 설립이 기업인들의 선의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해, 재단 설립을 사실상 ‘지시’한 자신에 대한 수사 여지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리고 이날 40년지기인 최순실(구속기소)씨가 “죽을 죄를 지었다”고 울부짖으며 신발 한짝을 흘리고 들어간 바로 그 현관에 들어서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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