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토론 시작 전 입술을 만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학생 시절 약물을 사용한 성폭력 범죄를 모의했다는 내용을 자전적 에세이에 적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21일 “(남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홍 후보는 이날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무역인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성폭력 모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책을 보면 에스(S)대라고 돼 있는데 고대생은 나 혼자다.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내가 옆에서 들었다”며 “책에 기술하려다 보니까 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처럼 쓰고 마지막에 후회하는 장면을 넣어놨다”고 했다. 전해 들은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처럼 썼다는 것이다. 홍 후보는 “사건 관련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그 에스대 상대생이 현재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 후보는 문제의 에세이집 글 마지막에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장난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비로소 알았다”고 썼다. “전해 들은 이야기”라는 이날 해명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홍 후보는 3선 의원 시절이던 2005년 펴낸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에 ‘돼지 흥분제 이야기’라는 글을 썼다. 대학교 1학년인 1972년 당시 하숙방 친구가 짝사랑하던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부탁해, 홍 후보와 친구들이 이를 구해줬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전·현직 여성 의원 10명도 성명을 내어 “자유한국당 여성 의원들도 이런 비정상적인 후보를 두둔하지 말고 사퇴 촉구에 동참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홍 후보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낙동강에 빠져 죽자 등 막말이 잦다’는 지적에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 사즉생’도 막말이냐. 막말은 ‘대통령직 못 해먹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이 제일 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교관 만날 때는 품위를 지키고 국민한테 말할 때는 평균적 언어, 쉬운 말로 하는 것이다. 집권하면 조심하겠다”고 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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