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통해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를 등지고 자유한국당 복귀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의 2008년 흑역사가 다시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08년 10월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현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대상으로 같은 해 초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광우병 촛불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과 집회 참석자 수사 문제 등을 다뤘다. 이 국정감사에서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초선 의원이던 장제원 의원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모차부대’ 인터넷카페 운영자인 장혜원 씨와 설전을 벌이면서 고압적으로 끊고 고함을 지르는 장면 등을 보였다.
국정감사에서 장 의원은 경찰의 촛불집회 수사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하며 유모차부대의 집회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유모차부대가) 도로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다. 일찍 해산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밤이다. 밤에 도로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혜원 씨가 이 설명에 대해 반박하면서 “끝까지 들어주세요”라고 하자 장 의원은 “아니오, 끝까지 들을 마음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장씨가 “처음에 화면을 보면 해가 지고 있었다. 해가 져서 해산을 했다”고 설명하자 장 의원은 듣지 않고 바로 “자, 두 번째 질문이다”라며 말을 끊은 뒤 “참고인, 묻는 말에 대답하세요”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에 야당 의원이 “어디서 참고인을 협박하느냐”고 지적하자 장 의원은 “제 시간입니다. 제 질의시간 막지 마세요.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되려고 그럽니까”라고 소리 지른 뒤 “과격시위의 중심에 어머니가 유모차를 앞에 두고 있는 장면 보셨느냐. 아이들의 우는 모습을 보고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까”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장씨는 “그 아이들의 우는 장면은 인도에서 저희가 가고 있는데 여경이 길을 막고 안 보내줘서 애들이 놀라서 우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아이들이 저렇게 울고불고 자고 지쳐서 태극기를 들고 있다. 이게 정말 아동학대가 아닙니까. 저도 자식 키웁니다”라고 지적하자, 장씨는 “인도에 가고 있는 사람들을 왜 막았나요. 그리고 남대문경찰서장님의 허락 하에 저희가 했던 가두 장면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밖에 제시할 자료가 없느냐. 저희가 불법집회했다는 걸”이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장 의원은 “유모차 불법시위가 빗나간 모정임을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하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장씨가 “통제된 도로에서 경찰서장 허락 하에”라고 설명하려고 하자 장 의원은 “말을 하지 마세요”라고 다시 소리쳐 행정안전위원장의 제지를 받았다.
누리꾼들은 장 의원이 탄핵 정국과 청문회 등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합리적 보수’의 모습을 갖췄다가 다시 박근혜 정부를 낳은 자유한국당 복귀를 선언하자 2008년 흑역사 영상을 공유하며 장 의원의 처신을 비판하고 있다. 장 의원은 1일 오후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을 닫았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