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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당선무효형 받은 친박 김진태, 정권교체 실감난다는데…

등록 2017-05-21 17:51수정 2017-05-21 21:50

1심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00만원 벌금형
‘탄핵반대 인사에 대한 정치보복’ 복선 깔기 시동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정권이 바뀐 것이 실감나는군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강원 춘천)은 지난 19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자, 이튿날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김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앞두고 유권자 9만여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이다우)는 김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피고인이 허위성에 대한 인식도 있어 고의가 인정된다. 양형권고 기준은 감형과 가중 요인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벌금 200만~800만원에 해당하는데, 최하한 형(200만원)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허위사실 공표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뤄졌고 △허위사실의 정도가 약한 점은 감형 요인으로, △경선 결과 발표 이틀 전에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전체 유권자 22만여명 중 상당수인 9만여명에게 허위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은 가중 요인으로 봤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김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기속력은 없지만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의 평결은 유죄 4명, 무죄가 3명이었다.

김 의원은 자신의 문자메시지 발송 경위 등을 페이스북에 짧게 전하며 “사안은 아주 간단합니다. 이게 다입니다. 이것이 과연 의원직을 박탈당해야 할 죄일까요?”라며 억울해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당초 무혐의 결정을 했고 재판에서도 구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재정신청이란 제도가 있어 법원에서 기소를 명령하고 재판을 한 겁니다. 정권이 바뀐 것이 실감나는군요. 고등법원에서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합니다”라고 썼다.

김 의원이 “검찰은 당초 무혐의 결정을 했고 구형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 배경은 무엇일까. 앞서 춘천시선관위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공표하지 않은 허위사실을 알렸다며 김 의원을 고발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춘천지검(지검장 최종원·부장검사 장봉문)은 김 의원을 서면조사만하고 “선거법 위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의 처분은 “서울 구로지역 학교의 반 학생수를 25명으로 줄였다”는 허위사실을 50여명에게 공표한 혐의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기소한 것과 비교돼, ‘검찰의 친박계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춘천시 선관위 등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원에 다시 판단해 달라는 ‘재정신청’을 냈고, 이에 법원이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가려야 할 사안’이라며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결국 김 의원은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자신들의 불기소 판단을 꺾은 법원에 대한 ‘무언의 항명’으로 “이렇게 판단할 수도 있고 저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며 구형조차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의 유무죄 여부와 과연 당선을 무효로 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지는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질 사안이다. 김 의원 역시 “고등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권이 바뀐 것을 실감한다”며 대선 이후 법원이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처럼 표현했다. ‘태극기 집회’에 적극 참여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한 자신에게 ‘정치보복’이 가해지고 있다는 식이다. 김 의원은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였을 때도 “(재정신청) 담당 법관이 좌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 설마했는데 역시나”라며 ‘색깔론’을 폈었다.

21일에는 자유한국당의 정준길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김 의원을 거들었다. 김 의원과 정 대변인 모두 검찰 출신이다. 정 대변인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것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검찰이 당초 무혐의 결정을 했던 사건이고, 지금까지 법원에서 선고해 온 20대 국회의원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중 허위사실유포 사건의 선고결과와 비교해서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했다. 또 “허위사실공표로 기소된 19건 중 17건이 무죄 또는 벌금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김진태 의원에 비해 결코 사안이 가볍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에 대해서는 벌금 80만원, 박영선 전 대표, 이재정 의원 등에 대해서는 선고유예가 선고됐다. 지금까지 당선무효형은 김진태 의원을 포함하여 단 두건에 불과하며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이라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반발에는 검찰의 편파 기소가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여당(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11명을 기소한 반면, 야당은 그 두 배인 22명을 기소했다. 기계적으로라도 여야 균형을 맞춰왔던 검찰의 수사 관행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데다, 박 전 대통령이 아직 권력을 쥐고 있을 때 유독 ‘친박 돌격대’ 행보가 눈에 띄었던 김 의원이 처벌 대상에서 쏙 빠지면서 편파 기소 논란을 부채질했었다.

자유한국당 쪽에는 김 의원처럼 ‘정치보복’ 밑자락이 깔릴 만한 사건들이 여럿이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그렇다. 홍 전 지사는 1심 유죄, 항소심 무죄로 선고 결과가 엇갈린 상황에서 5·9 대선에 출마했다. 그는 출마 자격 논란이 일자 “대법원에 가서도 무죄가 확실하다”며 ‘셀프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가능성도 있지만, 홍 전 지사는 대선 출마에 이어 최근에는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비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홍 전 지사의 대선 출마와 당권 도전은 혹시나 대법원 선고가 불리하게 나오는 것을 막아보려는 정치적 행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보수정당 대선 후보이자 야당 대표라는 ‘정치적 지위’를 방패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경산)도 인턴 특혜 채용 압력과 관련해 직권남용·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 의원 역시 박 전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박계의 힘이 살아있을 때는 검찰 수사를 이리저리 빠져나갔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해 1월 최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인턴 특혜 채용을 압박한 여러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은 서면조사만 한 채 무혐의로 결론내려 친박 실세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재판 과정에서 “최 의원이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그냥 채용하라’고 했다”고 폭로하자, 검찰도 어쩔 수 없이 담당 검사를 바꿔 재수사에 나섰고 지난 3월 최 의원을 불구속기소했다.

최 의원 쪽은 지난 12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특혜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이사장 등에게 실형이 선고되며 법정구속되자 “최 의원과는 관련이 없다”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판결을 통해 최경환 의원의 외압 사실이 다시 확인되었다”고 주장하자 “이번 판결은 최 의원의 청탁 여부가 쟁점이 아니었다.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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