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로비 대상·범위 규명이 핵심
정찬용 전수석, 청탁받고 건교부에 확인요청
하수물량 추첨배정도 특혜염두 가능성
‘제2의 분당’이라 불리는 경기 광주시 오포읍 일대의 아파트 개발을 둘러싼 정·관계의 비리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애초 지역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원 등 지역의 토호와 부동산 브로커 등이 얽혀 있는 단순한 토착비리로 비치던 사건의 화살이 점차 정·관계의 ‘거물급’ 인사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찬용 전 인사수석 개입 어디까지?=ㅈ건설로부터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 대가로 1억2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브로커 이아무개(53)씨가 오포 아파트 개발과 관련해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에게 인허가를 청탁한 것으로 드러나 정 전 수석이 정말 개입했는지가 의혹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검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는 14일 “브로커 이씨가 당시 정 수석에게 ㅈ건설의 아파트 개발을 위한 청탁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경남 거창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정 전 수석을 만나 평소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정 전 수석이 (평소 알고 지내던) 민원인으로부터 민원을 접수받아 건교부 담당자에게 확인을 요청하고 진행한 것은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정 전 수석이 직접 (건교부에 전화)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 인사수석실에서 알아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포지구 건설업계 쪽에서는 감사원이 지난해 9월께 오포지구 감사에 착수하는 과정에 여권 실세들이 개입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비리 의혹의 핵심은?=ㅈ건설을 내세운 ㅍ건설은 오포읍 고산리 일대에 2천여 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계획으로 지난해 12월 지구단위 개발계획 승인을 받고 오염총량제에 따라 아파트 건축을 위한 하수물량 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광주시 오포에는 현재 13개 단지 9천여가구의 아파트 건설이 줄을 선 상태다. 이는 광주지역 전체에 허가 신청된 4만여 가구의 25%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 중 2천여 가구의 아파트 건설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단위 계획 승인을 받은 업체로는 ㅈ건설이 유일하다. 지구단위 계획은 아파트 및 도로와 학교 등의 공공용지를 포함해 아파트 건설 청사진에 해당하는 것으로, 마구잡이 개발을 막고 계획적인 아파트 건설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조건이다.
또 광주 오포는 오염총량제에 의해 아파트 사업이 철저히 통제받고 있다. 현재 아파트 건설을 위한 하수물량은 광주시의 경우 오염총량제에 따라 2007년까지 8천가구에 불과하다. 9월 오염총량제 시행 이전에 아파트 사업승인을 신청한 9개 업체 3516가구분의 아파트 사업승인이 우선 허가된 뒤 아파트 사업승인은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그렇다 보니 땅을 사놓고도 아파트 사업승인을 받지 못한 채 5~6년째 기다리고 있는 업체들도 허다하다. 한 업체 관계자들은 “ㅈ건설이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로비를 해도 어려운 일인데 어떻게 승인이 났는지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또 기존의 사업 우선신청 순서를 무시하고 무작위 추첨방식을 통해 하수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ㅈ건설을 염두에 둔 특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ㅈ건설을 시행사로 ㅍ건설이 아파트 사업승인을 받아 분양(평당 1천만원 예상)에 나서면 모두 3천억원 안팎의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아파트 사업승인을 따려고 ㅈ건설이 사활을 걸고 전방위 로비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방위 로비 어디까지?=광주 오포 일대 아파트 인허가와 관련해 또다른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람은 한나라당 박혁규 전 의원(5억원)과 한나라당 출신의 김용규 경기 광주시장(5억원), 그리고 시의원과 광주시 공무원 등이 있다. 문제는 오포지역 아파트 건설을 둘러싼 인허가 비리가 이들에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파트 개발 사업에 뛰어든 ㅈ건설이 아파트 사업허가를 받기 위한 전방위 로비를 벌였음은 구속된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과 브로커에게서 드러난다. ㅈ건설로부터 돈을 받은 브로커 서씨는 감사원과 건교부 청탁을 대가로, 또다른 브로커 이아무개씨는 정·관계 로비를 대가로 돈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 정찬용 전 인사수석에게 청탁전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점차 전방위 로비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풀리지 않은 부분이 많다. 건교부와 감사원에 대한 이들 브로커의 로비가 실제 있었는지, 있었다면 누구에게 청탁이 전달됐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또 구속된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의 구실에 대한 의혹도 풀리지 않고 있다. 대검의 ‘오포 사건’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광주 현지에서는 이미 구속된 비리 관련자들은 ‘깃털’에 불과하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수원 광주/홍용덕 김기성, 김의겸 김태규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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