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대표적인 대북 ‘협상파’다. 북한을 가장 잘 아는 대북전문가이기도 해서 지난 10년간의 ‘봉쇄 일변도’ 대북 정책에 변화의 기운이 감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대화 재개 속도와 방향을 정하는 데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보면, 공직 후보자로서 갖는 조심스러운 태도에 더해 실제 조건이 성숙되기 전 남북대화를 풀어가는 데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여러 대목에서 확인된다. 그는 “현 남북관계 상황 감안 시 3차 정상회담 개최 거론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지명했을 때 “남북관계 경색에도 정상회담은 필요하다”고 한 발언에서 수위를 살짝 낮춘 모양새다.
서 후보자는 이날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도 “유엔 결의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당장은 어렵겠지만, 북핵 문제 등 대화 국면 성숙 시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 중단됐고,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부 임기중인 지난해 폐쇄됐다. 서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된 대북전략국 부활에 대해서도 “후보자로서 조직개편을 미리 결론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막후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을 가장 많이 만난 ‘남한 사람’ 중 한명으로 꼽힌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한겨레>에 “북한 체제의 특성상 최고 존엄과 가장 많이 만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서 후보자가 북한 쪽 인사와 만나거나 협상하는 데 굉장히 많은 장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서 후보자는 국정원 3차장,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남북총리회담 대표 등을 역임한 국내 최고 ‘북한통’이다.
류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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