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뒤 첫 국회 시정연설…프레젠테이션 방식
실직·카드빚에 목숨 끊은 청년 사연 전하며
“이런 사실 제대로 맞서는 게 정부·국회 할 일”
“재난에 가까운 실업·분배악화 대응할 긴급처방…
일자리대책 바로 시작할 수 있게 협력해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경 예산 편성에 협력을 당부하는 내용으로 취임 후 첫 시정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민 삶이 고단한 근본원인은 일자리”라며 일자리 확충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대통령이 추경안 상정을 앞두고 시정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를 대형 스크린에 띄우며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연설을 진행했다. 소득 격차와 일자리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지난 5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양극화와 실업이 “재난 수준”이라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 “역대 가장 빠른 시기의 시정연설이자 사상 최초의 추경 시정연설이라고 들었다”며 “국회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 하는 저의 노력으로 받아들여달라. 그러나 그보다 더 주목해주시기를 바라는 것은 일자리 추경의 절박성과 시급성이다”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다 목숨을 끊은 한 청년의 사연을 전한 뒤 “국민들의 고달픈 하루가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치의 책임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분명한 사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맞서는 것이 국민들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삶이 고단한 근본원인은 바로 일자리”라며 “지난 대선 때도 방법론에 차이가 있지만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기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지 않았느냐”고 협조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가장 힘주어 언급한 문제는 청년실업과 격차 증대였다. 11.2%에 달하는 청년 실업률을 언급하며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5분위 소득 격차의 확대 추세를 열거하며 “이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도 통합된 사회로 가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극회로 들어서며 우윤근 사무총장(왼쪽), 전병헌 정무수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어 “해법은 딱 하나,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일단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추경 예산은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분배악화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일 뿐”이라며 “(공공부문) 일자리 대책을 하반기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 정부의 이런 노력이 마중물이 되어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촉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