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5차 전체회의에서 김진표 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9일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를 확대 개편해 경제력이 없는 피의자가 수사단계부터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2019년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 박광온 대변인은 19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재판을 담당하는 국선변호인 제도는 수사 단계에는 관여하지 못한다”며 “최근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익산 택시기사 살인 재심사건 등에서 밝혀졌듯 수사과정에서의 고문, 자백 강요 등 불법수사로 인한 인권침해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수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국선변호인이 사정을 모르고 변론을 해 오히려 진실을 밝히는 데 장애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국선변호인이 재판 단계부터 관여하는 반면, 형사공공변호인은 수사 과정에서부터 재판까지 피의자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인권변호사로 활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도입하고, 독립적 기구를 설치해서 인권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기획위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바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충원하는 변호인과 이로 인해 늘어나는 예산 등을 고려해 내년에 입법을 완료하고 내후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국정기획위 정치행정 분과위원장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국선변호인제도와 오늘 발표한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표본이 되는 미국 ‘퍼블릭 디펜더’ 제도는 비용 면에서 스무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한꺼번에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혼용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단계를 거쳐 도입할지, 법률구조공단 같은 기구가 담당할지 등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며 ‘단계론’을 제시했다.
박 의원의 말처럼 실제 이 제도를 위한 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예산 문제뿐 아니라, 조력을 받는 피의자의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로 봐야 하는지, 또 경찰·검찰, 구속·불구속 여부 등 어느 단계에서부터 시작할지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 국가의 도움을 받는 경제력 기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보호를 한층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변호사 시장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가져가 법률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경우 법률서비스 시장이 워낙 발달돼 공공형사변호인제도를 해도 충격이 크지 않지만, 우리는 아직 초기 수준이어서 재정문제 등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형중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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