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6일 오후 2시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 개최를 선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자리가 비어 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무소속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예산안과 관련한 질의·답변을 하다가 추경안은 상정되지 못한 채 오후 5시께 산회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에서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면서도 사안별로 협력해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파국의 위험에 처했다. 어렵사리 두 당이 개문발차 했던 ‘추경열차’도 궤도를 이탈할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을 놓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던진 ‘말폭탄’ 때문이다.
추 대표는 6일 오전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지원 전 대표,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제보 조작을)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다”, “박지원 의원은 법사위원으로서 검찰을 압박하는 이런 상태는 정말 있을 수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추 대표는 국민의당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박지원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향하는 의혹의 시선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뻔했다”고 공격했고, 이에 박 전 대표는 “내가 조작 음모에 가담했다면 추미애 대표에게 내 목을 내놓을 테니 검찰 수사를 지켜보라”고 반격한 바 있다.
이날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은 국민의당 전체에 기름을 부었다. 이 발언을 기점으로 ‘추-박 공방’이 ‘추미애 대 국민의당’으로 전선이 확대된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회의 뒤 “문재인 대통령,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까지도 협치를 얘기했는데 추 대표의 막말은 국민의당의 등에 비수를 꽂는 야비한 행태”라며 “추 대표의 사퇴·사과 등 납득할 만한 조처가 없다면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 대표는 지금이라도 당 대표직에서 사퇴함은 물론, 정계은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불참했고, 이에 따라 예결위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상정도 못한 채 산회했다. 국민의당은 또 이날 저녁 예정돼 있던 원내지도부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만찬도 취소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국민의당은 사안에 따라 민주당의 ‘파트너’였다. 이낙연 총리 임명동의안 통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등이 국민의당의 ‘협조’로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처리, 앞으로 남은 인사청문회 등에 험로가 예상된다.
협치에 공들여왔던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난감한 상황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내가 그런 (강경한) 말 하지 말자고 했는데, 국민의당과 협의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 부대표는 통화에서 “국민의당 협조로 인사청문회, 추경, 정부조직법 문제 등을 헤쳐가려고 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며 “국민의당 입장을 들어보고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건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송경화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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