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파쇄기 26대나 구입하고
컴퓨터 기록도 싹 지웠는데
결정적 증거 300여 문건 남겨
청, 민정비서관실 공간 재배치하다
유독 무거운 나무 캐비닛서 발견
컴퓨터 기록도 싹 지웠는데
결정적 증거 300여 문건 남겨
청, 민정비서관실 공간 재배치하다
유독 무거운 나무 캐비닛서 발견
박근혜 정부의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정황 등을 담은 민정수석실 문건이 발견된 것은 지난 3일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민정비서관실의 인원이 보강되어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쓰지 않던 캐비닛을 정리하다 발견했다”고 입수 경위를 설명했다.
‘박근혜 청와대’는 ‘문재인 청와대’에 업무 인수인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현황 자료도 남기지 않아, 새 정부 청와대 인사들의 불만을 산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10월 이후 넉달 동안 문서파쇄기 26대를 구입해 문서를 파기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청와대 서버는 물론 직원 컴퓨터 하드웨어 기록까지 모두 삭제했던 ‘박근혜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결정적인 증거가 될 문건을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놔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전 정부에서 민정 부문과 사정 부문이 분리해서 사용하던 공간이었는데, 현 정부는 민정 쪽 자리만 썼다. 이달 초 사람이 늘면서 책상을 더 넣어야 하는데 자리가 없으니까 사정 쪽에 여러 대의 나무 캐비닛들을 가장자리로 옮기는 과정에서 유독 무거운 캐비닛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잠겨 있던 캐비닛의 열쇠를 찾아 열자 그 안에 300여종의 서류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쓰지 않은 구석진 곳이라 발견이 늦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자료도 1건 발견됐다. 이 자료는 사무실의 책상서랍 뒤쪽에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발견 11일 만에 이를 공개한 것에 대해 “문서 공개 권한에 대한 법리적 검토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지정기록물 목록까지 비공개로 분류한 탓에 이 자료들이 대통령 지정기록물인지 여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정해지면 15~30년간 공개할 수 없다. 박수현 대변인은 “자료들에 ‘비밀’ 표기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지정기록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특히 (문건 가운데) 자필 메모로 된 부분은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일부 내용을 공개한다”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지원 관련 메모를 공개했다. 또 문서 사본은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날 오후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에 바로 넘기지 않고 이를 청와대가 언론에 먼저 공개한 것에 대해선 “주요 문건이 발견됐는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몰래 넘긴 사실이 알려지면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투명하게 알린다는 차원에서 먼저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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