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19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회동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이를 두고 바른정당이 “놀부심보”라고 비판하자 홍 대표는 “정부의 3중대”라고 하는 등 보수야당끼리 티격태격했다.
홍 대표는 16일 오전 페이스북에 “영수회담 제안에 확답하지 않았다. 한미FTA 때문이다. 2011년 제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민주당 등 야당의 극렬 반발 속 강행한 한미 FTA를 두고, 당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제2의 을사늑약이니 매국노니 하며 저를 비난했고 재협상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거꾸로 미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을 주장하는데, 이번 5당 대표회담을 하면 그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고, 정권 출범 첫 대면에서 서로 얼굴 붉힐 수밖에 없다”면서 “대신 한미 FTA와 직접 관련 없는 원내대표들과 회동하는 게 맞다고 역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 회동에 참석하기로 한 바른정당은 이종철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오히려 가서 따끔하게 얘기를 하면 된다. 얼굴 붉힐 것 같아 못 가겠다며 원내대표들과 만나 얘기하라는 것은 좀팽이, 놀부심보와 같다. 제1야당으로서 옹졸하고 거만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오후에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길은 간다. 저들이 본부중대, 1, 2, 3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아무리 정치쇼를 벌려도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을 ‘정부의 3중대’로 표현하며 “좀팽이, 놀부심보” 지적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홍 대표는 지난 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영수회담은 과거 권위주의적인 정부 시절의 산물”이라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최근 정국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이 비교적 정부에 협조적인 태도여서, 홍 대표는 청와대 회동에 ‘5분의 1’로 참여해 들러리를 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부각하며 차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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