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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홍 대표 ‘강한 이념정당’ 처방, 당 극우화 부를 것”

등록 2017-07-18 21:19수정 2017-07-18 21:55

-‘말로만 혁신’ 자유한국당-
12년 전 혁신주역 홍준표 대표
당 쇄신 한다며 되레 역주행

“주요 당직에 측근들로 채우고
혁신위원장에 가장 퇴행적 인물”
“물러날 때 아는 지도자는 없고
영남·고령세대 헤게모니 안주”

당 주최 토론회서 쓴소리 쏟아져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 무엇을 지키고 개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 무엇을 지키고 개혁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패정당, 수구정당, 무능정당이라는 국민적 지탄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북·통일정책 혁신, 경제·복지정책 혁신, 인적 혁신, 당헌·당규 혁신, 공천제도 혁신을 하겠다.”

2005년 3월,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이런 선언을 하고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대선 패배(2002년)와 차떼기 수사(2003년), 탄핵 역풍(2004년)을 연거푸 맞으며 휘청인 뒤 나온 선택이었다. 혁신위는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고 했고, 당시 박근혜 대표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북 추진을 건의했다. 재벌 중심의 성장제일주의에서 분배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강령 개정을 추진했다.

이걸 밀어붙였던 혁신위원장은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였다. 상당수 혁신안은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 좌초했지만 시대정신의 변화를 수용한 ‘공동체 자유주의’로 보수의 가치 전환을 추진하고,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내에 축적된 다양한 정치적 실험과 새로운 인물들은 2007년과 2012년 두 차례 보수정권 창출의 밑거름이 됐다. 그 뒤 4년여가 흐른 지금, 홍 대표는 보수진영 내에서조차 ‘극우 보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고, ‘보수 본산’을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은 한없이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탓”만 하기엔 보수의 나락이 너무 깊다.

“강경보수 재건은 시대착오”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보수가치 재정립 토론회’를 열었다. 당 혁신 노력의 하나였다. 이 자리에선 ‘혁신 신화’의 주역이었던 홍준표 대표의 반혁신과 퇴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인물·정책·조직 쇄신을 하겠다”며 12년 전 자신의 손으로 벗겨내려 했던 수구보수의 외피를 다시 뒤집어쓰는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홍 대표는 최근 ‘강한 이념정당’을 방향으로 삼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류석춘 연세대 교수를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2005년 한나라당 혁신위 간사였던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과거 보수정당은 위기 때마다 혁신의 몸부림을 통해 사람도 바꾸고 정강도 바꿨다. 그러나 지금은 시늉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대표는 측근들로만 당직을 채우고 당권 강화에만 집중하고, 의원들은 정풍운동은커녕 국회의원직을 즐기는 사람들로만 꽉 차 있다”며 “영남 헤게모니와 극우 성향의 고령세대 헤게모니에 안주하는 정당, 젊은 세대와 수도권에서 외면당하는 정당에 미래가 있느냐”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도 “강경보수 재건론은 분열과 배제의 정치를 확대재생산할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실패를 통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처방은 보수진영의 분열과 축소를 가속화시키고 자유한국당을 극우정당으로 제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준표식 혁신 횡포로는 어려워

‘류석춘 혁신위원장’ 자체가 난센스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헌정질서 내에서 국민의 지지 속에 평화적으로, 합법적으로 진행된 권력변환 과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람이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 내년 지방선거와 이후 총선과 대선을 생각하는 거대 보수정당이 과연 ‘현실감’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보수혁신은 기대난망”이라고 했다. 정치학자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통화에서 “수구적 보수의 ‘이데올로그’라 할 수 있는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을 다시 추스르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걸 보수의 변화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구적 보수로 남아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지방선거가 중요한 결절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시절이던 2014~2015년 보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혁신의 방향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존재 이유부터 드러내야 한다”고 충고하며, “이를 위해 인적 청산이 먼저인지, 인재 영입이 우선인지, 바른정당과의 통합인지, 청년정책 강화인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을 한다며 홍 대표가 부리는 1인 횡포는 민주적 정당운영 원리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자기희생과 새 인물 수혈 절실”

박형준 전 사무총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보수 교조주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물 쇄신과 발굴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정희 시대의 반공·국가주의·성장제일주의 프레임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보수 노선은 새로운 인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 보수당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원로들이 새로운 지도자 발굴에 팔을 걷어붙이고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아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우리 보수정당에는 어떻게 이런 정치지도자가 한 사람도 없고 최후의 일각까지 알량한 힘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노추’의 정치인들만 눈에 띄느냐”고 한탄했다. 윤평중 교수도 통화에서 “과거 한나라당에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상징되는 내부 정풍의 전통이 있었다. 굼뜬 공룡 같은 자유한국당의 현 상태로는 외부로부터의 미래지향적인 새 인물 수혈이나 내부의 자기 정화 가능성 모두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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