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 첫 날 회의에 참석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머리 자르기’ 발언에 대한 청와대의 ‘대리 사과’로 체면을 구겼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증세 주장으로 존재감을 회복했다.
지난 13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당 지도부를 찾아가 추 대표의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여당 대표에 불신임을 표시한 것”(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라는 등의 해석이 나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추 대표가) 왕따를 당했다. 집권여당 대표라지만 사실상 식물대표로 전락해버렸다”고 깎아내렸다.
그러나 지난 20일 추 대표가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초대기업, 초고소득자 증세”를 선제적으로 주장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추 대표는 ‘과표 2000억원 초과 대기업 법인세율 인상’, ‘과표 5억원 초과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상’이라는 구체안까지 제시했다. 이어 우원식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당내 공감대가 있다”고 뒷받침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튿날 “(당에서) 증세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셨다”고 힘을 실으면서 증세론이 공식화됐다. 예민하고 중대한 사안에 추 대표가 앞장서 물꼬를 튼 모양새가 됐다. 여권 안에서는 ‘당·정·청의 역할 분담 과정에서 추 대표의 위상도 되살아났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