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손혜원 의원이 지난 23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91) 할머니의 빈소에서 웃으며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일자 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공식 사과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른 사진을 보면, 두 의원은 김 할머니의 빈소에서 다른 참석자 10명과 ‘엄지척’ 포즈와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두 의원과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할머니의 마지막 가시는 자리를 위로해드리자”는 손 의원의 제안에 따라 24일 밤 빈소(경기도 성남시 차병원 장례식장)에 모였다고 한다. 손 의원은 이들과 함께 문상을 마친 뒤 페이스북에 “만 91세, 우리 나이로 92세에 세상을 떠나신 김군자 할머님의 빈소는 아직 못 다 푼 한 때문에 안타까움도 많은 자리였으나 그래도 호상으로 장수를 누리신 할머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기쁘게 보내자는 봉사자들의 뜻도 있었다”며 김 할머니의 별세에 ‘호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한 누리꾼이 페북에 “사진 찍으시며 모두 미소짓고 웃는 모습은 보기에 다소…”라고 지적하자 손 의원은 “92세 천수를 누리신 김군자 할머니를 보내는 마지막 자리를 너무 우울하게 만들지는 말자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라는 답글을 달았다.
두 의원의 웃는 사진이 공개되고 손 의원이 이를 ‘호상’, ‘천수’라고 표현하자 누리꾼들은 “칠순잔치 오셨나”, “80여년을 고통 속에서 사신 분 장례식장에서 천수 운운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손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과 글을 올렸다. 손 의원은 “평소에 뵙고 싶었던 분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장례식장의 추모 분위기에 맞지 않은 엄지척 제스처를 취한 점은 제가 경솔했습니다. 자리를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에서 긴장하지 못했습니다”며 “사과드립니다. 제 잘못입니다. 저 때문에 뜻하지 않게 구설수에 오른 송영길 의원과 시민들께도 사과드립니다”고 적었다. 송영길 의원도 “어제 빈소를 찾아주신 시민들께서 8월15일에는 할머님들께서 사시는 나눔의 집에 함께 가자고 먼저 제안해주시고 바로 그 자리에서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셔서 빈소라는 점을 잠시 망각하고 기쁜 마음이 들었습니다”라며 “아직도 일제 만행의 피해자분들이 제대로 사과받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일본이 소녀상 문제 등 역사를 덮기에 급급한데 정치인으로서 일제 강점기 청산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갈 것을 고민해야 할 때 잠깐의 감정에 취했던 저의 부족함에 다시 한 번 고개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적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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