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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정원, 검·경까지 부하 다루듯 ‘수사지휘’

등록 2017-08-04 20:38수정 2017-08-05 19:10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운명은? 통상적인 절차를 고려하면 파기환송심 선고는 7월말이나 8월초쯤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을 기소한 시점으로부터 따지면 결론에 이르기까지 무려 4년2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사진은 원세훈 전 원장이 2015년 2월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운명은? 통상적인 절차를 고려하면 파기환송심 선고는 7월말이나 8월초쯤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을 기소한 시점으로부터 따지면 결론에 이르기까지 무려 4년2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사진은 원세훈 전 원장이 2015년 2월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11년 재보선 뒤 원세훈 원장
“선거사범 신속 처리” 지시
국내정보 담당관 첩보 종합뒤
다음날 바로 “야당 처벌 독려”

국내정보 수집기능 폐지는
시행령 아닌 법개정으로 못박아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 적폐청산티에프(TF)가 지난 3일 밤 발표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 행위엔 정부 부처와 국회, 언론사 등을 출입해온 국내정보 담당관(IO)들이 ‘정보 수집 및 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어떤 불법 행위를 자행해 왔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원이 국내정보 담당관을 모두 없애고 관련 부서도 폐지하기로 했지만, 국가정보원법 조항을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이런 초법적 활동과 기능이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폐청산티에프 자료를 보면, 국정원은 야권을 압박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 수사까지 ‘지휘’한 것으로 나온다. 2011년 11월3일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10·26 재보선 선거사범에 대한 최단시간 내 처리”를 지시했다. 국정원은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간첩·정보사범 수사업무 등을 하는 수사기관(검찰·경찰·군 등)을 마치 하급 기관 다루듯 조정했다. 하지만 선거사범에 대한 형사처벌은 국정원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검찰과 경찰, 선거관리위원회를 출입하는 담당관들을 통해 단 하루 만에 관련 첩보를 종합한 뒤 “야당 후보자 및 그 지지자를 대상으로만 검·경 지휘부에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독려”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는 청와대까지 올라갔다. 앞서 그해 8~10월 손학규·박원순·우상호 등 야당 정치인들을 겨냥해 작성된 보고서도 민주당을 맡은 국내정보 담당관의 첩보 등이 토대가 됐다.

2013~2014년 국회 국정원 제도개선티에프에선 국내정보 담당관제 폐지를 논의했지만,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거센 저항 속에 “국가기관 등을 대상으로 법률과 내부 규정에 위반한 파견 및 상시출입을 금지한다”는 수준에서 국가정보원법을 개정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내부 규정’이 어떠한지는 비밀에 부쳐진 채 국내정보 담당관들은 ‘비상시적인 출입’을 통해 상시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왔다.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 6월1일 취임과 동시에 국내정보 담당관 제도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폐지”를 지시했다. 국정원 개혁위도 이에 발맞춰 국내정보 수집국과 분석국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직제 등 내부 조직 개편은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관한 사안이다. 국정원에 몸담았던 한 정부기관 인사는 4일 “국정원장의 지시 한마디로 폐지됐다는 것은, 결국 국정원장과 대통령의 마음이 맞으면 언제든지 국내정보 수집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법률이나 국회 등을 통한 정보기관에 대한 감독·통제 기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지 않는다면, 정권이 바뀐 뒤 이름만 바꿔서 몰래 국내정보 수집 기능 등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국정원의 직무를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 수집’에서 ‘국가안전보장과 남북통일 관련 정보 수집’으로 확 좁혀 국내정보 담당관의 부활을 막고, 국정원이 정부 부처의 상급 기관으로 군림하게 하는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조항을 삭제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이미 국내정보는 수집을 못하게 됐다. 추가로 국정원 기능을 축소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운영위원회와 함께 정보위도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내년 5월 말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며 거부하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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