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대사 귀국수행…지난달 중순부터
중앙일보사 대주주인 홍석현 전 주미대사(전 중앙일보사 회장)가 12일 귀국할 때 홍 전 회장을 일본에서부터 수행했던 <중앙일보> 이상언(45) 사건사회부장이 지난달 중순부터 홍 전 회장이 머물렀던 미국과 일본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공항 및 항공사, 중앙일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부장은 10월18~22일, 10월27일~11월1일 등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일씩 미국에 다녀왔다. 이어 이 부장은 이달 7, 8일과 11, 12일 두 차례 일본에 다녀왔다.
이 때문에 이 부장이 홍 전 대사를 만나 ‘옛 국가안전기획부 도청테이프 사건(엑스파일)’ 등의 검찰 수사에 대한 대책을 상의하기 위해 출국했던 것이 아니었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주미대사직을 사임한 뒤 미국에 머물던 홍 전 대사는 귀국 1주일여 전 일본으로 옮겼다가 12일 귀국했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검찰 출입기자들이 사건사회부에 소속된 만큼, 그쪽에서 경영기획실 쪽과 상의해 (검찰 수사에) 대응할 것으로 짐작했다”며 “하지만 이 부장이 미국과 일본을 여러 차례 오간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한겨레> 기자가 미국·일본 방문 여부와 그 이유를 묻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내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한겨레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또 “내 행적에 대해 한겨레 기자에게 시시콜콜히 얘기할 의무나 필요성이 있냐”고 되물은 뒤 “이런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이에 김수길 중앙일보 편집국장에게 이 부장의 출국이 혹시 출장이나 휴가인지 등을 물으려고 하자 김 국장은 “왜 나한테 전화를 하나. 해당 부서에 확인하라. 해당 부서에서 답변하지 않더라도 그 부서에 계속 물어보라”고 말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이 부장이 휴가 또는 취재차 해외에 나갔다면 그 내용을 못 밝힐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만약 이 부장이 홍 전 회장을 만나기 위해 출국했다면 이는 기자가 사주의 정보원으로 전락한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1982년 중앙일보사에 입사해 정치부, 사회부, 경영기획실 등을 거쳤으며, 지난해 1월부터 검찰과 경찰 출입기자를 지휘하는 사건사회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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