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씨에게 준 60억…회삿돈일땐 배임·횡령죄로 처벌 가능
정보기관의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삼성그룹이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후보의 동생 이회성(60)씨에게 건넨 60억원이 회삿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금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삼성이 이씨에게 건넨 돈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개인 돈인지 아니면 회삿돈인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액수에 대한 진술도 달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삼성이 97년 9~11월 4차례에 걸쳐 이회성씨에게 건넨 60억원이 회삿돈으로 드러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죄(액수가 50억원 이상이면 공소시효 10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자금 출처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98년 대검 중수부의 ‘세풍’ 사건 수사 때 김인주(47) 당시 삼성 재무팀장이 “김아무개 신세계 이사에게 전화해 백화점 각 점포에서 입금된 자기앞수표 가운데 배서가 되지 않은 1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며 “그 교환자금은 삼성 계열회사 5~6개에서 기밀비 등으로 처리했다”고 진술한 데 주목하고 있다. 이회성씨에게 건넨 자금 가운데 10억원이 회삿돈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어서, 나머지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회성씨는 세풍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때도 “삼성으로부터 60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했으나 9월 엑스파일과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는 “당시 삼성한테서 받은 돈은 30억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반면, 김인주 삼성 구조조정본부 차장(사장)은 이씨와 달리 “당시 10억원만 이회성씨에게 직접 전달했고, 나머지 50억원은 박아무개(사망) 상무가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은 그동안 정치권에 건넨 불법자금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이라고 주장하며 처벌을 피해 왔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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