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뉴라이트 인사 강연 초청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1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른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청와대의 ‘가슴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낙마시키자니 대안이 없고 그렇다고 임명을 강행하자니 자질 논란이 워낙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일단 ‘눈치작전’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단 청문회에서는 지금까지 나왔던 부정적 이야기 외에, 새로운 팩트가 더 나온 것은 없다”며 “지금으로선 (여론을 지켜보는 외에) 청와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여론을 수렴해 12일 오전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관계자도 “청문회에서 본인의 소명에 대해 여당 의원들과 국민들이 납득하면 임명까지 할 수도 있는 문제 아니겠느냐”며 “국회 청문회에서 평가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청문회를 지켜본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 모두 부정적인 질의들이 많아, 아무래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여당도 뜨뜻미지근한 태도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역사관이나 종교관을 떠나 전반적으로 업무 파악이 많이 안 됐고 소통에도 부족함이 있다”며 “박 후보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제대로 못한 게 사실”이라고 짚었다. 과학계 여론을 여러 경로로 접한 민주당의 또 다른 의원도 “과학계의 비판 여론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야4당은 모두 박 후보자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에 호의적이었던 진보적 과학기술계의 ‘실망’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 후보자의 자질 시비가 워낙 심각한 탓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때처럼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간 문재인 정부가 심각한 내상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누적된 인사 실패에 대한 비판이 임계점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
정유경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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