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27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한다. 지난 7월19일 청와대 회동 뒤 두달여 만의 만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처럼 여야 5당 대표들과의 만남을 희망했지만 이번에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대표(추미애·안철수·주호영·이정미)만 참석할 전망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청와대가 추석을 앞두고 그림을 맞추겠다는 의도다. 꼭 할 이야기가 있으면 일대일로 불러야 한다”며 거듭 단독 회담을 주장하며 불참 의사를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회동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안보 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보 문제가 주요 의제이지만 정기국회 기간임을 고려해 개혁입법 처리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 의제가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 자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지난 5월 대선에서 희비가 엇갈려 한 사람은 대통령으로, 한 사람은 야당 대표로 청와대에서 얼굴을 맞대게 됐다. 안 대표가 대표직에 오른 이후 연일 문 대통령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으로서는 안 대표를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 김이수(헌법재판소장)·김명수(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힘’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번 청와대 회동도 본래는 오찬으로 기획됐으나 안 대표의 부산 순회 일정 때문에 만찬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시각이 점심에서 저녁으로 바뀜에 따라 광주청년유니온 초청으로 27일 저녁 7시에 예정됐던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강연 일정도 연기됐다.
홍 대표의 불참으로 제1야당 대표의 자리까지 대행하게 될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쇄신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참이다. 안 대표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북핵 위기에 대해 문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어떤 카드를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고,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할 것”이라며 “외교·안보 인사들을 긴급히 보강하고 안 되면 교체도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대행은 최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제안했던 다층 미사일방어 체계와 전술핵 재배치 또는 미국과의 핵 공유 등을 통해 북핵에 대응하는 핵 균형 구축 등을 문 대통령에게 거듭 요청할 계획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사 파견을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거국적 토론, 여야정 협의체의 실효적 실행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송호진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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