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한국에서 근무 중인 외국 외교관들이 저지른 법 위반 사례는 모두 73건으로, 교통사고가 가장 많았지만 성범죄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통상부와 경찰청에서 입수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주한 외교사절은 31건의 교통사고를 냈고, 그외 법 위반 사례는 폭행이 11건, 성범죄가 10건, 절도 6건, 음주운전 5건, 공무집행방해 4건이었다. 버스정류장에 있는 여성의 전신을 몰래 찍거나 상습적으로 성추행·성매매한 사례도 있었으며, 항공기 내 난동, 타인 여권 사용, 도로 역주행, 무면허 운전, 휴대전화·지갑·애완견 절도 등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의 품격과는 맞지 않는 범죄도 적지 않았다. 교통사고 31건 중 10건은 사고 뒤 수습을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뺑소니’였다.
외교관과 가족은 비엔나 협약의 면책특권을 인정받아 주재국에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면허 정지나 내사종결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외교부의 대응도 초치나 경고, 수사협조와 재발방지를 요청하는 정도다.
심재권 의원은 “외교관의 직무와 무관한 성추행이나 성매매, 절도, 위명여권 사용, 항공기 난동 등에 대해서도 면책특권을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 것은 애꿎은 우리 국민만 ‘가해자 없는 피해자’로 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지난해 성추행을 제지하는 사람을 폭행한 외국 외교관에 대해 우리 외교부가 파견국에 재판관할권 면제를 요구한 사례도 있었던 만큼 외교부는 주한 외교사절의 국내법 준수의무 강화 방안, 재발방지 대책들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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