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강원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춘천지검 앞에서 채용 관련 대규모 부정청탁이 있었던 강원랜드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지노 영업장 확장과 증설 허가권을 지닌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조차 강원랜드에 채용청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2012~13년 대규모 채용비리를 주도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당시 최흥집 사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된 권아무개 전 인사팀장이 13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증언한 것이다. 문체부 쪽 채용청탁이 있기 직전인 2012년 11월, 강원랜드는 문체부로부터 카지노 증설 허가를 받아 슬롯머신 등을 크게 늘렸다. 권 전 인사팀장은 구체적으로 문체부 어느 공무원들로부터 청탁을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달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과 강원랜드 관리감독 부처인 옛 지식경제부 공무원, 도·시·군 지자체 의원과 지역 유력인사 등이 ‘청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피고인이자 증인으로 나선 권 전 팀장은 당시 작성된 청탁 명단의 실체와 관련해서 이날 공개적으로 처음 인정했다. 권 전 팀장은 “(회사 안팎에서) 전화, 쪽지로 누구를 뽑아달라고 하거나, 외부인이 직접 찾아와 청탁하면서 명단을 작성했다”며 “그러다가 청탁 대상자가 많아져 직원을 시켜 엑셀 파일로 관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합격자 발표 뒤 탈락자들의 불만을 담은 글들이 하나둘씩 인터넷에 올라오는 등 문제 소지가 커지자 점수 조작 등 채용 관련 서류를 무단폐기했다고 밝혔다.
청탁 명단의 형식에 대해서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청탁자 명단엔 제1청탁자가 ‘추천자’란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고, ‘비고’란 일부에 동일 응시자를 추가 청탁한 제2청탁자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권 전 팀장은 “청탁자가 겹치거나 전달자가 중요해 사장에게 알려야 할 경우 비고란에 또다른 이름을 적었다”고 말했다.
춘천/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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