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 제공
2012~13년 강원랜드 부정채용 청탁 명단에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촌동생인 권은동 강원도축구협회 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강릉을 각각 정치와 사업의 텃밭으로 삼는 사촌 형제가 강원 도내에 있는 알짜 공기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24일 <한겨레>가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한테서 받은 강원랜드 부정채용 청탁자 명단을 보면, 권 의원 사촌 동생인 ‘권은동 회장’이 3명의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나와 있다. 명단엔 ‘추천자1’란에 권은동 회장이, ‘추천자2’란에 축구협회로 표기돼 있다. 권 회장은 5만명이 넘는 회원, 선수, 선수 가족 등으로 구성된 강원도축구협회의 회장이다. 그는 강원도 최대 토종 건설업체 가운데 하나인 신화건설의 대표이기도 하다. 권 회장 쪽 청탁 대상 셋 다 최종 합격했다. 셋 다 가점이 부여되는 폐광지역(정선·태백·삼척·영월 등) 출신이 아닌 데다가 인적성 순위가 376, 482, 570위 등으로 합격권에서 거리가 멀었지만, 서류와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했다. 청탁을 빼놓고 이들의 합격을 설명하긴 어렵다.
하지만 권 회장은 청탁을 부인했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채용청탁은) 금시초문이다. 저는 그런 쪽으로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회장 쪽 청탁 대상자 3명에 권 의원 쪽 11명(8명 합격)을 더하면 사촌 형제의 청탁 대상자는 모두 14명이다. 이는 최소치다. 2012년 11월 채용절차가 시작된 1차 신입 선발 과정에서 확인된 청탁자만 파악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후 2013년 2차 신입 선발에도 이들 이름으로 이뤄진 청탁 대상자가 확인된다면 전체 청탁 대상자는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권 회장 이름으로 분류된 청탁 대상자 셋 다 강릉을 연고로 한다. 명단엔 2명만 출신지가 강릉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서울 관악으로 출신지가 표시된 다른 응시자 박아무개씨 또한 부모의 연고가 강릉으로 확인됐다. 당시 ‘카지노/호텔’ 분야에 지원했던 박씨는 <한겨레>에 “제가 강릉사람인 건 맞다. 옛날부터 강릉 사람이니까, 강릉 사람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이 대표로 있는 신화건설이 강릉에 소재하는데다가, 회장으로 있는 축구협회 또한 강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그의 사촌 형인 권성동 의원의 ‘힘’이 보태져 지역에서 권 회장의 영향력은 무척 크다. 권 의원은 검찰 출신으로 특수부 부장검사를 지낸 뒤 이명박 정부 때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거쳐 2009년 국회에 등원했다. 현재 3선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다.
권 회장이 강원랜드 청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의 영향력이 강릉 지역을 넘어 강원 도내까지 미치는 것을 가늠케 해준다. 그는 강원랜드에서 발주한 공사도 2건 수주했다. 신창현·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겨레>에 제공한 신화건설의 공공기관 조달실적 등을 보면, 2008년 강원랜드가 발주한 46억원짜리 하이원호텔 시설개선공사를 수행한 것으로 나온다. 그는 <한겨레>에 "호텔 리모델링 공사였는데 손해를 보고서 했다"며 "강원랜드가 처음 생길 때 진입도로 공사도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신화건설은 또 2013년 강원랜드 1대 주주인 광해관리공단의 149억원짜리 원주 이전사옥 신축공사를 따냈다. 그는 이에 대해서도 "주관사가 아닌 서브사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이 공단의 6억3000만원짜리 신축공사 지열설비공사도 수주했다. 광해관리공단엔 2013년 권 의원의 비서관 출신이 맞춤형 특혜로 채용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류이근 임인택 기자
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