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15일, 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박 대통령 관심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에게 ‘지원 사격’ 발언을 하도록 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움직인 사실이 청와대 문건에서 확인됐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됐다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된 박근혜 청와대 시절의 내부문건을 직접 열람해 확인한 내용을 26일 공개했다.
박근혜 청와대의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 문건’을 보면, 2015년 8월3일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들에게 “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은 브이아이피(VIP)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그해 9월16일에는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에게 “이념적 이슈 성격이 강해 자칫하면 비에이치(BH)가 이념논쟁 가운데에 설 수 있으므로 비에이치가 총괄하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조용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9월30일에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에게 “검정교과서의 문제점과 폐단에 대한 대국민 홍보 강화를 위해 케이비에스(KBS·한국방송), 이비에스(EBS·교육방송) 등 매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당시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자 이병기 비서실장은 여당 지도부를 적극 활용했다. 이 실장은 2015년 10월4일 현기환 정무수석에게 “이념적 측면은 당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도록 협조”를 구하고,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에게는 “내일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 건에 대해서 발언한다고 하는데 교문수석실은 발언자료, 참고자료 등을 치밀하게 작성하여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정화는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자 이 실장은 10월19일 회의에서 “금일 당 최고위에서 김무성 대표가 공박 발언토록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그날 “야당이 인신공격 발언을 하는 것은 정치금도를 벗어난 무례의 극치”라며 문 대표를 비판했다.
문건에는 종편(종합편성채널)을 관리하고 정권에 유리한 기사를 확산시키라는 구체적인 지침도 담겼다. 이 실장은 2015년 12월13일 회의에서 “민노총과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지금의 비판적 여론이 조성되는 데 종편이 일정 부분 기여를 한 만큼, 국정 4년차 홍보와 관련해서도 긴밀한 협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사전에 관리하라”고 김성우 홍보수석에게 지시했다. 2016년 1월8일에는 “금일 조선일보 1면에 (누리과정) 교육청 예산편성을 압박하는 좋은 보도가 나왔는데 이러한 기사 내용이 케이비에스를 비롯한 지상파와 종편에 보도되도록 하라”고 했다.
2016년 5월, 이병기 실장 후임으로 온 이원종 실장은 그해 8·15 경축식 다음날 열린 회의에서는 “대통령님의 세련된 스피치 역량이 더해져 진정어린 박수가 가장 많은 행사였다는 참석자들의 전언”이 있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칭송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안중근 의사의 순국 장소를 하얼빈이라고 잘못 인용해 빈축을 샀던 연설이었다.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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