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누리집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낙태죄 폐지 청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낙태죄 폐지 청원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누리집 국민소통광장 게시판에 등록돼
30일 오후 12시까지 총 23만 2331명의 추천을 받았다.
청와대는 누리집에 올라온 국민청원 가운데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청원’에 한해서 30일 이내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 등 책임 있는 관계자가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청원 가운데 20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건 소년법 개정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낙태죄 폐지 청원인은 “원치 않은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에 비극적인 일”이라며 “현행법은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에게만 ‘독박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낙태죄 폐지와 함께 자연유산 유도약인 ‘미프진’을 합법으로 인정해 줄 것도 요청했다.
임신 중단 합법화에 대한 찬반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하며 본격화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 행위’ 항목에 ‘모자보건법 제 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임신중절 수술을 한 경우’를 포함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여성 검은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의료인 처벌을 강화하는 정부의 입법예고를 규탄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해 10월 서울 보신각에서 처음 시작된 낙태죄 처벌 반대 시위는 부산, 광주, 대구 등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당시 임신 중단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모임인 ‘비웨이브’(BWAVE) 회원들은 “아이를 제대로 키울 사회적·경제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미성년 여성이나 다자녀 여성에게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강제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인 권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낙태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모자보건법에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유전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등 몇 가지 경우만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법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게다가 낙태죄가 여성을 협박하는 데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5월에는 헤어진 여성과 낙태 수술 부탁을 들어준 의사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남성이 재판을 받는 등 ‘낙태죄’가 재산상 다툼이나 결별 과정에서 협박 수단으로 악용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 9개 나라를 제외한 25곳에서는 임산부 요청에 따라 낙태가 가능하다. 낙태죄가 합헌인 이들 나라에서는 낙태를 무조건 처벌하기보다는 여성들의 낙태를 줄이기 위한 근본 대책에 대한 요구와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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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