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사령부가 2010년 4월30일 포털 등 20개 사이트에 올린 ’국방맨 vs 정일맨’ 영상.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천안함 침몰 사고 직후부터 4개월 동안 1000여건의 자체 생산 콘텐츠를 인터넷 상에 뿌리며 정부 비판 분위기를 잠재우는 여론조작에 몰두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인한 ‘천안함 피격 관련 사이버심리전 성과’(2010년 7월 작성 추정)에서는 천안함이 침몰된 다음날인 2010년 3월27일부터 7월20일까지 사이버사의 활동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이 문건은 사이버사가 군 내부 비밀전산망인 케이직스(KJCCS)를 통해 ‘이명박 청와대’에 보낸 보고서다. 이 문건을 보면, 사이버사는 ‘친북좌파 선전차단’을 심리전 목표로 설정했고, 작전 장소는 국내 4대 포털(네이버, 네이트, 다음, 야후)과 5개 정부기관(청와대·국방부·해군본부 등), 5개 ‘진보 사이트’(대자보·평통사·통일뉴스 등) 자유게시판,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의 187개 사이트와 200개 교포 사이트였다.
이들의 심리전 무기는 자체 생산한 글과 동영상이었다. ‘숙주’ 콘텐츠를 군사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사이트에 올리고 일반 사이트로 퍼나르는 방식으로 확산시켰다고 적었다. 사이버사는 조회수를 근거로 효과가 좋았던 원고와 동영상의 명단도 보고했다.
보고서는 ‘대북 심리전을 재개해야 한다’는 내용의
‘김정일이 가장 무서워하는 대한민국의 감춰진 무기’ 등 3편이 좋은 원고로 꼽았다. 효과 좋은 영상으로는
‘국방맨 vs 정일맨’이 적시됐다. 영화 <아이언맨> 영상에 김태영 국방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을 입히고 천안함 폭침 책임을 물어 김정일을 응징하는 조악한 영상이다. 2010년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천안함 늑장구조를 질타하고 김태영 장관이 대응하는 장면을
‘정말 대단한 참을성’이라는 제목을 달아 동영상 콘텐츠로 엮기도 했다. 일반인 사용자가 올린 것으로 위장한 이들 콘텐츠는 여전히 인터넷에 남아있다.
사이버사는 천안함 침몰과 구조 과정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유통되면 이를 ‘돌발상황’으로 설정하고 단계별 댓글 대응 방식도 보고했다. “관련 기사의 활성화 억제(밀어내기, 논쟁 김빼기)”가 1단계였고 “공세적 논쟁 실시(반대세력 공격, 우호세력 지지)”가 2단계였다. 3단계는 “악플러 특별관리, 레드 펜(Red Pen) 식별/별도 관리”였다. 이들을 공안 사범으로 분류하고 뒷조사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이버사는 4개월 동안 정부에 부정적인 기사 894건에 달린 35만155개 댓글에 대응해 ‘VIP(이명박 대통령) 비난 댓글’은 71%에서 41%로, ‘장관(김태영) 비난’ 댓글은 59%에서 25%로 비중을 낮추는 성과를 냈다고 보고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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