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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반쪽짜리 ‘국정원 적폐조사’ 메인서버 접근 못한 탓뿐일까

등록 2017-11-10 04:59수정 2017-11-10 11:02

내부비리 손도 못댄 국정원TF

채동욱 찍어내기·임과장 자살 등
현직 연루 사건들 부실조사 논란

‘유우성 간첩 증거조작’ 사건도
가해 혐의 조사관 진술만으로 종결

메인서버 접근에 ‘기술적 제약’
파견검사가 직접 물증확보 못해
직원들 의혹 부정엔 규명 어려워
국가정보원 적폐청산티에프(TF)가 지난 8일로 ‘15개 적폐 사건’ 진상조사 활동을 마쳤지만 ‘반쪽짜리’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사 인력의 국정원 메인서버 접근에 한계가 있었고, 자체 조사가 갖는 문제점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적폐청산티에프의 부실조사는 대부분 현직 직원들이 연루된 사건에서 나타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3년 6월, 송아무개 국정원 정보관은 서울 강남교육청 교육장을 찾아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의심되던 초등학생의 개인정보 확인을 시도했다. 국정원이 ‘채동욱 찍어내기’에 가담한 단서였지만 송 정보관은 “서초구 식당 화장실에서 ‘초등학생 채군이 검찰총장 혼외자’라는 말을 우연히 듣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이라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주장했다. 그의 진술은 티에프 조사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 송 정보관이 강남교육청을 찾은 그날, 국정원 간부가 채군에 관한 첩보를 서천호 당시 2차장에게 보고했고 그 무렵 국정원 직원 50여명이 일제히 컴퓨터로 ‘채동욱’ 인물정보를 검색한 사실도 확인됐다. 조직적인 개입 정황을 포착했지만 적폐청산티에프는 “이를 입증할 자료나 진술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정원 간부와 송 정보관, 채동욱 인물정보를 검색한 직원 50여명이 한결같이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을 부인했다는 얘기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변호인단이 9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변호인단이 9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조차 “(개인정보 유출은) 국정원의 상부나 배후세력 등의 지시에 따라 저질러졌을 것임이 능히 짐작된다”는 송 정보관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인용하며 “송 직원의 첩보수집 경위에 대한 해명이 납득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국정원 불법해킹 의혹 사건으로 2015년에 숨진 임아무개 과장의 자살 이유도 말끔히 해명되지 못했다. 적폐청산티에프는 “임 과장이 서버 자료를 삭제·변경해버리고 로그기록 전체 제공에 부담을 느끼는 등 심적 중압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과장은 자살 3일 전부터 국정원의 특별감찰을 받았고, 목숨을 끊은 당일 오전에도 감찰 조사가 예정돼 있었다. 티에프는 국정원의 감찰 활동과 임 과장 자살의 상관관계를 규명하지 않고 비켜갔다.

‘유우성 간첩 증거조작 사건’은 지난 6일 티에프가 국정원 개혁위에 보고했지만 결과가 미흡하다며 ‘보완조사를 하라’고 반려된 경우다. 보완을 거쳐 이틀 뒤 발표됐지만 조직적인 증거 조작과 관련해 국정원 대공수사국장 등 ‘윗선’의 책임을 밝히는 데 실패했다. 또 국정원이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는 진술을 강요하며 동생 유가려씨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해자 확인 없이 “가혹행위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간첩조작 사건 변호인단은 이날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개혁위가 사건 당사자인 유우성·유가려씨 남매에 대한 조사 없이 국정원 조사관의 진술만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유우성씨도 “가려가 이제라도 억울함을 풀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또다시 실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용두사미 격인 국정원의 적폐청산 작업은 국정원 메인서버에 적폐청산티에프 조사팀의 접근이 기술적으로 제한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사 출신인 조남관 감찰실장과 파견검사 4명이 조사를 주도하고 있지만, 이들은 국정원 과거 행적이 낱낱이 기록된 서버 열람 때 국정원 서버관리팀 기술요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현실적으로 직접 서버를 검색·조작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현직들이 의혹을 부인하면 이를 깰 수 있는 결정적인 물증 확보가 어려운 구조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의 한 위원은 9일 “임 과장 자살 건도 그렇고 핵심적인 것을 건드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적폐청산티에프가 적폐”라고 말했다. 사정당국의 핵심 관계자도 “국정원을 개혁하려면 한 번 허물어져야 하는데 이를 반대하는 내부 논리가 너무 강하다”고 비판했다.

김태규 이승준 허재현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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