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대한민국지키기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10일 오전 대구 호텔수성 앞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대구 방문을 반대하며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한다. 당사에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세 대통령의 사진을 걸겠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티케이(TK·대구경북) 민심 다독이기 전략은 ‘딸 대신 아버지’였다.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 조처한 지 일주일 만인 10일, 홍 대표가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을 내보내고 탄핵에 찬성했던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을 받은 홍 대표가 티케이 여론 흐름을 살피는 한편, 보수 재건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렸다.
홍 대표는 이날 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주최해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박정희 대통령의 강단과 결기, 추진력을 존경한다. 이 땅의 5000년 가난을 물리친 분”이라며 한껏 치켜세웠다. 이어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민주화의 아버지 김영삼 대통령”의 정통성을 잇는 차원에서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 이들의 사진을 걸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한 ‘양해’도 구했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해 서운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우파 세력이 살기 위해서는 출당을 안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책임정치 차원에서 보수우파 궤멸의 책임을 져야 한다. 결과가 안 좋으면 책임지는 것이 지도자의 자세”라고 설득했다. 객석 일부에서 “거짓말하지 마”, “박근혜는 쫓아내고 왜 아버지 이야기를 하느냐”며 고성이 터져나왔지만, 이내 “옳은 말 하는데 왜 그러냐”는 홍 대표 지지자들의 박수소리에 묻혔다. 행사장 밖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 40여명이 ‘보수분열 조장하는 홍준표 아웃’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 토크콘서트에 앞서 홍 대표는 대구·경북지역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이 호텔수성에서 연 초청토론회에서도 “국정농단 박근혜(당) 프레임으로 내년 지방선거까지 가면 수도권에서 치명상”이라며 박 전 대통령 출당 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7%, 자유한국당 12%, 바른정당 7%, 국민의당·정의당 5% 순이다. 대구·경북의 보수정당 지지율만 보면 민주당 27%, 자유한국당 15%, 바른정당 14%인데, ‘지지정당 없음’으로 응답한 무당층이 37%로 나타났다. 갤럽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각자도생 행보를 관망 중인 듯하다”고 분석했다.
대구/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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