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개혁연대’로 뭉치는 반안
박지원 “골목슈퍼 둘 합한다고
롯데마트 되나” 통합 중단 촉구
정동영 “안, 반개혁 등 3반 노선”
친안-반안 노선갈등이 뿌리
‘중도보수 대 개혁’ 툭하면 충돌
안철수는 바른정당에 손 내밀고
호남중진은 민주당과 연정 기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19일 오전 서울 노원구 창동교에서 열린 노원구청장배 마라톤대회에 출전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대표가 다시 꺼내든 중도보수 통합론을 놓고 40석 국민의당 내부에 전선이 뚜렷해지고 있다. 안 대표의 통합 노선을 지지하는 ‘친안 세력’에 맞서 호남 중진들은 ‘평화개혁연대’라는 이름으로 세력을 규합하고 나섰다.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을 할지 말지를 놓고 오는 21일 열리는 당내 토론에서 양쪽이 격돌할 전망이다.
■ 반안 쪽 “통합 논의 멈추라” 호남 중진 의원들은 당 진로에 관한 토론을 이틀 앞둔 19일 안 대표를 향해 “통합 논의를 멈추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통합하면 2당이 되나. 골목슈퍼 둘 합한다고 롯데마트가 되나, 이마트가 되나”라며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무익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통합 안 하겠다 하고 나서 계속하니 지도력 의심과 불신이 생겼다.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며 안 대표에게 통합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광주(북을)가 지역구인 최경환 의원도 입장문을 내어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는 당의 기본 지지기반인 광주와 호남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국민의당이 추구해야 할 연대는 엠비(MB) 의혹 규명, 5·18 진상규명과 같은 국민적 열망에 충실한 개혁연대가 돼야 한다. 통합 논의 중단을 선언하고 당을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안’ 의원들은 ‘평화개혁연대’라는 이름으로 안 대표에게 제동을 걸기로 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정동영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 대표 행보를 보면 반호남·반개혁·반문재인 ‘3반 노선’의 인상이 짙다는 게 의원들과 원외위원장들의 진단”이라며 “최소한 중도개혁정당 노선을 지키자는 제안을 21일 토론회 때 40명 의원 전원에게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모임이 ‘분당’의 전초기지가 될 가능성에 대해 “당의 평화와 개혁 노선에 동의하는 분들에게 함께하자고 하는 것이다. 당을 깨자는 게 아니라 지키자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은 “박지원·천정배·조배숙·장병완·유성엽·황주홍 의원 등 20명 이상은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쪽은 “정 의원 등도 외연 확장 주장에 반대하지 않았다. (지금은) 안철수가 한다고 하니까 (그냥) 반대하는 것일 뿐”이라며 “21일 토론이 끝장토론이 아니라 토론의 시작이 될 것 같다”며 ‘내전’이 오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친안과 반안 의원은 각각 15명 안팎으로 비슷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친안-반안,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설정부터 달라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은 중도보수를 표방한 안 대표와 진보 또는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다수 호남 의원들이 손을 잡으며 창당한 이래 끊이지 않았다. 5·9 대선 패배 뒤 안 대표가 다시 당 전면에 등장해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앞장서면서 내분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안 대표와 호남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부터 시각이 다르다. 호남 의원들은 호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때론 협력하고 때론 비판해야 국민의당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극중주의’를 내건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 비판을 통해 선명성을 유지해야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살릴 수 있다는 소신이 강하다. 민주당과 연대라는 방식으로 손을 잡는 순간 통합 논의로 발전하고 거대여당에 흡수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서도 엇갈린다. 호남 의원들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지지하는 반면, 안 대표는 지난 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가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고 정신이 없다. 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호남 의원들은 민주당과의 연정에 대해서도 다소 열린 태도를 갖고 있지만 안 대표는 지난달 13일 당 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장난질 멈추라”고 할 정도로 거부감이 크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의 활로를 민주당과의 연정이 아닌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에서 찾고 있다. 바른정당과 통합 효과가 크다는 자체 여론조사가 지난달 언론에 공개된 뒤 안 대표는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에 불을 붙였다. 당내 반발에 주춤했으나, 안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덕성여대 특강에서 “바른정당과 연대 내지는 통합으로 가는 게 우리가 처음 정당을 만들었을 때 추구한 방향과 같다”며 통합론을 다시 꺼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표가 줄곧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호남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로 당 일각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태규 김규남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