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오지로 선교여행
청와대 ‘7대 인사원칙’ 뒤 첫 지명
감사원 독립성·공공성 강화 포석
청와대 ‘7대 인사원칙’ 뒤 첫 지명
감사원 독립성·공공성 강화 포석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퇴임한 황찬현 감사원장의 후임으로 최재형 사법연수원장을 지명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최 후보자는 30여년간 민형사, 헌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법관으로서의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온 법조인”이라며 “감사원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면서 깨끗하고 바른 공직사회와 신뢰받는 정부를 실현해나갈 적임자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래 법관 생활을 한 저를 후보자로 지명하신 데는 감사업무의 직무상 독립성·공정성을 강화하고 확립해야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최 후보자를 ‘원칙을 중요시하는 보수주의자’로 평가한다. 2014년 브라질 오지로 2주간 선교여행을 떠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두 딸을 낳은 뒤 두 아들을 입양해 네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입양 계기를 묻는 질문에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해군 대령 출신인 부친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함정 갑판장으로서 전공을 세웠다고 한다.
법조계 한 인사는 “최 후보자는 상당히 보수적이지만 법관으로서의 균형감각이 바르게 잡혀 있는 사람”이라며 “이 정부의 감사원장은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어 공정한 일처리 등 수동적 역할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법원의 한 판사는 “후배들에게는 자율성을 존중해주고 알아서 잘하라고 하는 스타일”이라며 “온화한 원칙주의자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합리적이며 균형감각을 갖춘 적임자”라며 환영했지만 야당은 청와대가 7대 인사원칙을 발표한 뒤 처음 지명한 고위공직 후보자라며 송곳 검증을 다짐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가 새롭게 발표한 고위공직자 7대 배제 원칙에 결격 사유가 없는지, 대통령 최초 공약이었던 5대 배제 원칙의 위반 여부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도 “헌법에 부여된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을 엄정히 수행해 감사 운영의 독립성, 투명성,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했다.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과정이 남아 있어 최 후보자가 국회 검증 과정을 무난히 통과한다고 해도 감사원장 공백 기간은 한 달 정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애초 감사원장 1순위로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검토했지만 민 부장판사가 현재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 진상조사를 맡고 있고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보수색이 짙은 최 후보자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염두에 둔 포석인 셈이다.
김태규 김민경 기자 dokbul@hani.co.kr
7일 사법원장에 내정된 최재형 사법연수원장이 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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