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는 동안 김동철 원내대표가 피로한 듯 눈을 비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 합당을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의 출당 문제와 관련해 “출당시킬 권리가 당에 없다”고 밝히며,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 간 ‘합의이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통합반대파 의원들은 창당 기획단을 꾸리는 등 개혁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박지원·정동영 의원 등 통합반대파 의원 9명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하고 김경진 의원을 창당 기획단장으로 선임했다. 반대파 의원들은 개혁신당 창당 작업과 함께 바른정당과의 합당 전당대회를 저지하는 방안을 동시에 고려하되 폭력이 난무하는 “용팔이 전당대회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 통합반대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의원은 18명이라고 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은 국민의당을 보고 전국적으로 국민들이 표를 주셔서 당선된 것이다. 출당시킬 권리가 당에 없다”는 안 대표의 발언을 놓고 성토가 이어졌다고 한다. 통합반대파 비례대표가 국민의당을 나가 의원직을 유지한 채 신당에 합류하려면 당에서 이들을 제명(출당)해줘야 하는데 안 대표는 그럴 뜻이 전혀 없다며 ‘합의이혼’을 거부한 셈이기 때문이다. 제명을 당해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비례대표는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등 3명이다. 이상돈 의원은 안 대표의 ‘출당 불가’ 발언이 전해지자, 과거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서 안 대표가 자신을 따르던 경남도의회 비례대표의 제명을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했고 민주당이 흔쾌히 협조했던 사례를 의원 단체 메신저 방에 올리기도 했다. 통합반대모임의 대변인인 최경환 의원은 “자기가 할 때는 괜찮고 당사자가 되니까 발을 빼는데 완전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대표답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안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출당 논란을 두고 “헤어지는 걸 전제로 물어보시는 건데 지금 그렇지가 않다. (통합반대파를) 계속 설득하겠다”고 맞받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