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자녀가 10여억원에 달하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사면서 집값을 모두 현금으로 치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원 전 원장의 부인 이아무개씨가 “(자녀들이)직장이 있고 (독립적으로)사는데 아버지가 그 집을 팔고 사는 걸 어떻게 아냐. 부동산을 사고팔 때 현금 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23일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이 재임 시절 빼돌린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당시 아파트 매수 자금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에 “사실이 아니다”고 반발한 것이다.
이날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는 원 전 원장의 부인 이아무개씨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먼저 과거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계수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계수기로 어쨌다는 얘기를 해서 저는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이 원 전 원장의 자녀에게 아파트를 판 사람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아파트 거래 당시 매수자(원 전 원장의 자녀)가 이례적으로 집값을 전액 현금으로 치렀고, 계수기로 거래액을 확인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관련기사:
“원세훈 자녀, 강남 10억 아파트 전액 현금 주고 샀다”)
이에 대해 이씨는 “부동산을 사고팔 때 현금도 줄 수도 있다”, “아버지가 원장님을 하시는 거지 돈을 가져오는 장사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냐”고 반발하며 검찰에 진술한 아파트 매도자를 향해 “정말 그 사람은... 곧 보세요. 고소당할 테니까”라고 말했다.
◆ 뉴스쇼> 그러면 보통 부동산은.
◇ 원세훈 부인> 그런데 부동산을 사고팔 때. 현금도 줄 수도 있죠.
◆ 뉴스쇼> 그러니까 현금 가져가신 건 맞아요?
◇ 원세훈 부인> 몇 억이라는 걸 그게 한 해에요?
◆ 뉴스쇼> 그러니까 현금으로 가져가신 게 그러니까.
◇ 원세훈 부인> 아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그런 거를 우리는 본 적도 없고요. 그리고 아버지가 원장님을 하시는 거지 돈을 가져오는 장사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시고 앞으로 전개되는 걸 쭉 보세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 뉴스쇼> 그럼 따님이 현금으로 가져가셨던 게 일부만 있었던 거네요?
◇ 원세훈 부인> 아니,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제가 기억을 잘 못 하는데 그리고 지금 이제 소명이 확실하게, 서류상으로까지 소명 안 되는 부분이 지금 1억 5000인가 그렇다는데 그것도 자기가 과거에 집을 전세를 주고받은 돈은 일부 현금으로 받았을 수도 있고 자기가 갖고 있던 금붙이도 팔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돈을 마련할 수 있지 않았겠어요?
이씨는 “원 전 원장이 특활비를 가져온 적이 있냐”는 진행자의 거듭된 질문에 “그런 것은 모른다. 저희가 옛날에 살던 조그마한 집에서 세가 나왔다. 그럼 그것도 1년에 1억이 넘는 돈 아니냐. 나는 그때는 돈이 그렇게 궁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의 급여에 대해 “그런 거는 현금으로 반을 주고 계좌로 반을 받았다. 원래 이쪽(국정원)에는 그렇게 준다”고 말했다.
이날 라디오에 출연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원 전 원장 부인의 주장에 대해 “계속해서 알리바이를 대고 있는 것 같은데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없이 쓰이는 돈이기 때문에 국정원 금고에서 나가서 어떻게 됐는가 하는 행방을 추적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며 “굵직굵직한 쓰임새의 출처가 불분명할 때 특수활동비와 연결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국정원장의 특수활동비에 대해 노 원내대표는 “국정원장 몫으로 된 게 40억원 정도다. 월급은 따로 있다”며 “얼마든지 그런 부분(아파트 구매 등 사적용도)으로 새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원 전 원장 부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노 원내대표는 “특수활동비는 정부예산지침에도 보면 다 용도가 한정돼 있다. 보안과 기밀을 요구하는 어떤 수사 등의 공적인 활동에서 성격, 성질에 관해서 명확하게 기획재정부 예산지침에 규정하고 있다”며 사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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