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주말 이틀 동안 페이스북에 <엠비엔> 사태에 대해 세 건의 글을 띄웠다.
“가짜뉴스를 보도한 엠비엔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당사 출입금지, 취재 거부, 부스 빼고 300만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가짜뉴스 시청 거부 운동을 계속하겠습니다.”
“가짜뉴스도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좌파 매체들, 그리고 반대세력들이 일제히 같은 목소리로 나서는 것을 보니 엠비엔에 대한 이번 조치가 맞긴 맞는 모양입니다.”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언론 환경을 묵과하고 비겁하게 몸을 사리면 대선 때의 악몽이 지방선거에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번 사건의 출발은 ‘엠비엔 오보’였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의 과잉 대처로, 사건의 본질이 ‘홍준표 대표의 언론 길들이기’로 변해가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임조직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엠비엔>(MBN) 취재 카메라를 발견하자 “철수하라”고 말하고 있다.연합뉴스티브이 갈무리
언론은 오보할 수 있다. 오보한 언론사와 기자는 정정보도를 하고 사과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오보라면 민형사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 홍준표 대표의 조처는 세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비례의 원칙이다.
<엠비엔>의 오보는 고의성 있는 악의적 보도가 아니라 실수였을 가능성이 크다. <엠비엔> 기사의 제목은 ‘류여해도 #Me Too 동참? “홍준표에게 수년간 성희롱당해왔다”’였다. <엠비엔>은 ‘수년간’은 아니라는 류여해 씨의 지적을 받고 기사를 삭제했다. 그리고 홍준표 대표가 펄펄 뛰자 오후에 정정보도 및 사과문을 냈다. 홍준표 대표가 <엠비엔>의 오보를 악의적이라고 판단해도 언론중재위원회나 민형사상 조처로 대응하면 충분하다.
둘째, 홍준표 대표는 자신과 당 전체를 동일시하고 있다.
<엠비엔>의 오보는 홍준표 대표에 대한 기사였지 자유한국당 전체에 대한 기사가 아니었다. 홍준표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대표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대표와 당 전체를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것은 납득하기가 좀 어렵다. 자유한국당이 홍준표 대표의 1인 정당도 아닌데 국회의원에게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당원들에게 <엠비엔>을 보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셋째, <엠비엔>의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하기 어렵다.
가짜뉴스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는 가짜뉴스의 의미를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금전적, 정치적 이익을 보기 위해 고의로 여론을 오도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엠비엔>이 홍준표 대표를 상습 성희롱자로 몰아서 금전적, 정치적 이익을 보려고 할 이유가 없다. <엠비엔>은 이명박 정부 때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시작한 종합편성채널이다.
이번 사태는 아무리 봐도 홍준표 대표가 너무 많이 나가고 있다. ‘의도가 뭐냐’고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명예훼손 민사소송은 홍준표 대표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기자 출입금지와 취재금지 조처는 해제해야 한다. 그게 상식적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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