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전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가 ‘전투복’으로 칭한 가죽 점퍼를 입고 회의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나를 음해하는 극소수 중진들은 다음 총선에 강북 험지로 차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전날 정부개헌안 본회의 상정시 표결 참여 의원은 제명해 버리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이틀째 나온 집안 단속 ‘강경 메시지’다. 서울시장 후보 영입 실패로 불거진 ‘인물기근론’이 ‘홍 대표가 당의 얼굴이라 위기’ 담론으로 이어지는 것을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는 늘 내우외환 속에 정치를 해 왔다”고 회고하며, 정계입문 이후 자신의 인생이 ‘험지’의 연속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송파을·동대문갑 등 “서민 밀집 험지 지역”에 자신이 출마해 “지금의 우리당 우세 지역으로 변모”시켰고, “민주당에게 빼앗겼던 당시로서는 험지인 경남지사 탈환”에 이어 “탄핵 이후 궤멸된 보수 우파 재건을 위해 험지 대선”에 나갔다고 밝혔다.
“나는 이 당에서 23년간 험지에서만 정치를 해 왔고 당을 위해 저격수도 사양하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한 홍 대표는 “편안한 지역에서 별다른 당을 위한 노력없이 선수만 쌓아온 극소수의 중진들 몇몇이 모여 나를 음해하는 것에 분노한다”고 일부 원내 중진들을 본격적으로 비판했다. 이는 최근 일부 중진 의원들이 이석연·오세훈 등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거론된 인물 영입에 잇따라 실패해 온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며 22일 모임을 갖고 지방선거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인 점을 겨냥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서울시장에 홍 대표가 직접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홍 대표는 ‘서울시장 직접 출마론’도 정면 부정했다. 그는 “그들(원내중진들)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키면 당이 공백이 되고 그러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히며 “한 줌도 안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도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은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가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당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자유한국당 일부 중진들은 두 차례에 걸쳐 홍준표 대표의 독선적인 당 운영에 대해 우려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심재철(안양 동안 을), 이주영(창원·마산·합포), 정갑윤(서울 중구), 나경원(서울 동작 을), 유기준(부산 서구·동구), 정우택(청주 상당구), 홍문종(의정부 을) 등이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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