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위’ 열려
배현진 “소신대로 일하는 사람에게 적폐부역자 오명 씌워”
MBC 김세의 기자·박상후 전 국장 등도 참석해 발언
자유한국당 “MBC 부당인사 대한 국회 국정조사 추진”
배현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아래서부터 두번째)이 27일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1차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정유경 기자
배현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전 <문화방송>(MBC) 아나운서)이 방송국 내에서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이지메와 린치”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배 당협위원장은 당내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의 위원을 함께 맡고 있다.
배 당협위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1차회의에 참석해 “제가 현 정권의 ‘블랙리스트’”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날 특위 첫 회의는 MBC 내의 ‘방송장악’ 피해자로 김세의 기자, 박상후 전 시사제작국 부국장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배 위원장은 “지난 몇년동안 인격살인에 가까운 회사 안팎의 고통 속에서 왜 그동안 말을 하지 않았느냐는 분들이 많다”며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이지메·린치를 이야기하며 제 뉴스와 회사에 침을 뱉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제가 각오하고 나온만큼 하나하나 그 실상을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최승호 사장이 ‘배현진은 다시는 뉴스에 출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인터뷰를 통해 했다”며 “잘 못 들었나 했다. ‘블랙리스트에 착한 블랙리스트가 있고, 나쁜 블랙리스트가 있냐’는 다른 분의 말을 듣고 심지어 웃기까지 했다”고 당시 심경을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좌파’로 지목된 예술인을 기피하는 ‘블랙리스트’ 논란이 인 뒤, 현 정권에서 자신의 처지가 반대가 되었다고 비유한 것이다.
그는 “양승은 아나운서와 여기 계신 선배들(박상후 부국장·김세의 기자 등), 수십명의 기자들이 현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있다. 언론노조 파업에 동참을 하지 않고 끝까지 방송 현장에서 일을 하겠다고 우겼기 때문”이라며 “MBC는 국민의 방송인가 언론노조의 방송인가. ‘나만 옳고 내가 생각하는 것만 맞다’는 것은 저는 이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당협위원장은 “12년 전, 최승호 사장(당시 PD)이 방송을 다시 못하리란 말을 똑같이 들은 적 있다. (반대로) 정치파업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제게는 모 아나운서 선배가 다시는 방송 못하게 하겠단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신대로 일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적폐 부역자라는 오명을 씌워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나와 발언한 김세의 기자는 “저희는 경영진도, 인사권자도 아니었으며 언론노조를 탄압하지도 않았다”며 “저를 포함해 80여명의 기자들이 마이크를 빼앗겼다”고 말했다. 또 “지금 취재 업무는 모두 민주노총 산하의 언론노조 기자들이 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MBC 뉴스가 균형감을 가질 수 있겠느냐”며 “왜 MBC 시청률이 더 많이 떨어졌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MBC의 편파방송이 우려된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를 위한 코드방송을 하려는 것이냐, 그래선 안되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나왔다”고 주장했다.
박상후 전 부국장은 “언론노조가 저에게 세월호 오보 프레임을 덮어씌우려 한다”며 현재 사내 정상화위원회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가 나간 경위에 대해 당시 보고 전파 상황에서 책임이 있는 기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기도 했다. “급하다는 이유로 정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송됐다. 당시 부장이었던 저는 자막이 나가는지도 몰랐고, 제 지휘계통의 일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정상화위가 저를 제물로 조사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특위’ 1차 회의에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위원장인 박대출 의원과 강효상 당대표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박대출 특위위원장은 서울신문, 강효상 비서실장은 조선일보 등 언론인 출신이다. 박대출 위원장은 “방송 장악 횡포의 피해자들은 모두 정치파업에 가담하지 않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도에 성실히 임해 온 선의의 피해자들”이라며 “2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앞으로 MBC 내의 부당인사행위 등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한편,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위’ 주도 하에 피해자 사례를 접수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문화방송>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기자회견을 한 이른바 ‘MBC 언론인 불법사찰 피해자모임(대표 김세의)’은 불법사찰의 피해자가 아니라 불법행위자들이다. 지난 9년간 MBC에서 벌어진 언론자유와 독립성 침해, 공정방송 파괴에 가담한 가해자로서 진상조사 대상자들이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방송>은 “MBC의 공영적 가치를 훼손하고 MBC 뉴스신뢰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 당사자들의 자기반성 없는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글·사진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