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중국 베이징 중심가에서 대형 벤츠 차량이 베이징역 쪽으로 향하고 있다. 방중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탑승한 차량으로 추정된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청와대와 정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에 관해 27일 하루 종일 언론에 확인해주기를 꺼린 채 북한 특별열차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까지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이날 오후 특별열차가 베이징을 떠났다는 외신 보도 이후에는 아예 언론과의 접촉마저 피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방중한 북쪽 인사가) 누구인지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 베이징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쪽 움직임에 대해선 며칠 전부터 파악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베이징에 어느 분이 가 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 관계자의 말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날 오후에는 기자들의 문의에 “더이상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간에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4월말 남북 및 5월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인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를 완성해나가는 데에는 중국의 협력이 중요한 만큼, 이번 베이징 회동으로 북-중이 최근의 긴장감을 녹이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안에서는 또 김 위원장의 방중이 최근 급진전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한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결과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이다.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 등에 중국이 자극받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도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전해지는 북-중 정상의 움직임에 신경을 기울이며 동향 파악과 김 위원장의 방중이 사실일 경우에 대비한 분석 등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늦게 특별열차의 탑승자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보도들이 나온 뒤에도 외교부는 “모른다”는 반응을 내놨다.
앞서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 소식에 대해 “우리 정부는 관련 보도의 진위 여부를 포함해 관련 상황과 동향을 면밀히 파악중이며 현재로서는 확인해드릴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지난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격 방중했을 때나 2004년 방중 때도 김정일 위원장이 일정을 마치고 북한에 귀환한 뒤에야 방중 사실이 공개된 점을 환기시키며 “좀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과 관련해 “일반론적으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최근 한반도에서 진전 사항을 바람직하다고 보면서도 의장국으로서의 역할은 없다는 측면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원했을 것”이라며 “북한 역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기들의 레버리지(영향력)를 높인다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보협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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