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로부터 6·13 지방선거 경남지사 후보로 추대를 받은 뒤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경남은 우리가 사수할 낙동강 전선 최후의 보루다. 경남 압승에 당의 운을 걸어보겠다.”
김태호 전 지사를 자유한국당의 경남지사 후보로 추대한 5일, 홍준표 대표는 이렇게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의원이 “경남의 정권교체”를 외치며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자유한국당이 “당의 명운”을 걸고 김태호 전 지사를 투입하면서 경남이 6·13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달아오르고 있다.
경남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는 홍 대표를 비롯해 경남 지역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 등이 총출동해 “필사즉생”의 각오를 다졌다. 김 전 지사는 이 자리에서 “경남의 오랜 친구 올드보이 김태호”라고 말문을 열고, “제 모든 것을 바쳐서 뛸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영광이다. 승리로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홍 대표는 “경남은 김태호 지사를 이어받아 제가 지사를 했고, 그 업적을 다시 김 지사가 이어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힘을 실었다.
경남은 특히 홍 대표가 당 대표 재신임과 연계하며 승리를 벼르는 곳이다. 홍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경남지사 선거는 전·현직 지사의 신임을 동시에 물어보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거듭 호언했다. 경남에서 질 경우 홍 대표 개인적으로 당 대표 사퇴 압박 등 정치적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의 입지가 대구·경북권으로 한정되며 ‘티케이(TK) 자민련’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민주당도 경남에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민주당은 김경수 의원을 내세워 ‘민주당 간판’으론 한번도 이긴 적 없는 경남지사 승리를 노린다. 부산·경남에서 승리해 보수 강세의 영남에 균열을 낸다는 목표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문 대통령 핵심 측근인 김 의원에게 출마를 거듭 요청했고, 결국 당의 다른 경남지사 예비후보들이 김 의원을 단수 후보로 추대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6월 지방선거 경남지사 출마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승부 예측은 어떨까. 홍 대표는 5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유·무선 여론조사를 해본 결과, 경남은 수월하게 이기고 서울은 양강 구도로 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경남지역의 한 자유한국당 다선의원도 “김태호 전 지사에 대한 지역의 평가가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에서조차 김경수 의원이 이겨도 박빙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할 만큼, 경남은 만만치 않은 곳이란 의견이 많다. 2014년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김 의원은 당시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에게 득표율 22.5%포인트 차로 졌고, 지난해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경남 전체 득표율에서 홍 후보에게 0.5%포인트 뒤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곁을 끝까지 지킨 마지막 비서관이란 ‘정치적 의리’, 문 대통령과 가까운 ‘힘 있는 여권 후보’ 등의 강점이 있어 승산이 있다고 본다. 두 후보가 2012년 총선 때 ‘경남 김해을’에서 맞붙었을 때 김 전 지사가 득표율 4.23%포인트 차로 이겼지만, 이후 김 의원은 정치적 위상이 크게 오른 반면 김 전 지사는 이제 ‘흘러간 물’이 되었다는 게 민주당 판단이다. 민주당은 영남에서 보수정당 아성을 깨는 변화를 호소하기 위해, ‘부산시장(오거돈)·울산시장(송철호)·경남지사(김경수)’ 선거를 하나로 묶는 공동대응을 통해 ‘부울경 바람’을 일으킨다는 복안이다.
정유경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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