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지회, 삼성웰스토리지회, 에스원노동조합 등 삼성그룹 계열 4개사 노동조합 관계자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삼성의 대국민사과와 무노조황제경영의 종식'을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염호석·최종범 두 분의 열사님께서 명백히 삼성그룹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
10일 오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마이크를 잡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라두식 지회장은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본부장 김영훈)가 마련한 ‘무노조·황제경영 종식을 위한 삼성노동자 공동선언’ 행사였다.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탠 최종범·염호석 두 명의 노동자는 삼성의 노골적인 탄압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었다. 라 지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 조합원들은 수십년간 노예같은 삶을 바꾸자고 노조를 만들었고 노동 3권을 처음 알게 됐다. 그것이 우리에겐 꿈과 희망”이라며 “이번에 공개된 삼성노조 파괴 문건은 최종범·염호석 동료의 죽음과 바꾼 것이다. 반드시 진실 밝혀서 다시 돌아오겠다고 (그분들의 무덤 앞에서 얘기)했다”고 밝혔다.
임원위 삼성웰스토리지회장은 삼성의 노조 탄압 사례를 생생히 증언했다. 임 지회장은 “노조원을 퇴사시키겠다고 마음먹으면 면담으로 압박하고 이를 견디면 징계하고, 돈을 준다고 하고, 가족을 통해 압박한다”며 “이 상황을 견디기 위해 정신과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포기하는 법을 못 배워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 착수 뒤 삼성이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도 보고됐다. 라 지회장은 “(삼성 노조파괴 문건이 검찰에 압수된 뒤) 협력업체 사장이나 노무팀장의 노트북 하드를 교체하고 있다”며 “피해 사실을 한 건 한 건 다 입증할 테니 검찰은 형식적인 조사로 끝내지 말고 피해 당사자를 불러 제대로 된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2013년 ‘삼성 무노조 전략 문건’을 최초로 공개했던 심상정 의원은 “무노조 황제경영을 청산할 기회가 있었으나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소중한 기회를 놓쳤고 삼성의 헌법과 법치에 대한 도전은 완전범죄를 향해 갔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 새로운 검찰로 거듭날 것을 분명히 요청한다. 재벌봐주기 수사 관행에 종지부를 찍어 삼성법무팀이라는 오명을 벗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라 지회장, 임 지회장, 금속노조 삼성지회 박원우 지회장, 서비스연맹 에스원노동조합 장봉렬 위원장과 심 의원 등은 삼성에 대국민 사과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무노조·황제경영 종식을 위한 삼성노동자 공동선언’에 함께 서명했다. 공동선언 전문은 다음과 같다.
하나, 삼성은 노조 와해 범죄행위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라!
하나,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노조활동 보장하라!
하나, 전근대적인 무노조황제경영 청산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노사관계 개혁하라!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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