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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단독] MB정권 댓글공작, 기무사가 기획했다

등록 2018-04-12 04:59수정 2018-04-12 14:49

2008년 6월 청와대 보고서에
‘비노출 특수팀 운영’ 등 건의
기무사령부가 2008년 6월4일 청와대에 보고한 여론조작 공작 보고서의 표지. 이철희 의원실 제공.
기무사령부가 2008년 6월4일 청와대에 보고한 여론조작 공작 보고서의 표지. 이철희 의원실 제공.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 경찰, 국방부 등 권력기관의 전방위적 댓글 공작을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가 최초로 기획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기무사가 이명박 정부 출범 3개월여 뒤인 2008년 6월4일 청와대에 보고한 에이(A)4 3장짜리 문건을 <한겨레>에 공개했다. ‘참고자료(6.4 청와대 보고)’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서 기무사는 국정원·경찰청·합참·기무사 등 ‘기관별 사이버 인력’ 현황을 일별한 뒤 ‘비노출 특수팀 운영’을 건의했다. “좌익세(력)의 반정부 선전·선동에 대응, 정부 지지 여론 확산”을 특수팀의 임무로 설정하고 △좌익성향 기사·칼럼에 대응하는 성명·논평 게시 △세미나 등을 통한 홍보 및 좌파 불법행위 비판 △새로운 엔지오(NGO)를 만들어 대학생 교육·조직화 등 단계별 활동을 제시했다. 기무사는 이 조직의 운영과 관련해 “정부의 직접 지원(은) 지양”하고 “정부 광고 및 용역 알선 등 간접지원”해야 한다며 보안을 강조했다. 또 “인터넷상에서 좌익세와 이념·사상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전투적 미디어”를 설립해 “특수 민간팀 운영과 병행”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기무사는 특수팀 팀장으로는 “좌익 추적 전문 프리랜서 기자”라는 김성욱씨를 추천했다. 김씨는 이후 국정원이 2008년 12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수천만원을 지원한 민간 여론조작 조직 ‘알파팀’의 팀장을 맡았다. ‘비노출 특수 민간팀’이었던 알파팀의 기획자는 기무사였고 국정원은 실행자였던 셈이다.

기무사령부가 2008년 6월4일 청와대에 보고한 ’비노출 특수팀’ 운영 방안. 이철희 의원실 제공.
기무사령부가 2008년 6월4일 청와대에 보고한 ’비노출 특수팀’ 운영 방안. 이철희 의원실 제공.

지금까지 이명박 정권 시절 권력기관을 동원한 ‘댓글’ 여론조작은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이 주축이 돼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을 뿐, 최초 기획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이번 기무사 문건은 국정원(당시 김성호 원장)이 2008년 말부터 댓글공작팀인 ‘알파팀’을 꾸리고, 2009년 원세훈씨가 국정원장에 취임해 댓글 공작을 본격 지휘하기에 앞서 기무사가 여론조작 계획의 밑그림을 청와대에 제공했음을 보여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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