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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우원식 고별 인터뷰 “새 정치지형 따라 연정 등 고민해야“

등록 2018-05-09 19:06수정 2018-05-10 02:08

퇴임 앞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촛불 민심 드러날 것
문 대통령, 남북화해 등 큰 성과
일자리 창출 ‘성과’ 분명치 않아
김기식 논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
보수야당, 민심 신경 안쓰는 게 문제
후임 원내대표, ‘곰 같은 인내심’ 필요”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7년 5·9 대통령선거로부터 딱 1년이 지난 9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국회에서 만났다. ‘1년이 화살같이 지나갔다’고 인사를 건네니 우 원내대표는 “내겐 시간이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며 웃었다. 국회 현안이 생길 때마다 야당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한 표’를 읍소했던 소수파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애환이 묻어나는 농담이었다.

그는 원내대표 퇴임을 이틀 앞둔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여소야대 구도’에서 겪은 고충을 언급하면서, 6·13 지방선거 이후 정치지형 변화의 토대에서 새로운 여야 협치·연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촛불민심이 정권을 만들었지만 국회는 촛불혁명 이전에 구성돼 (민심이 원하는 수준과의) ‘갭’(간극)이 있다. 그 ‘갭’이 국회 파행을 만들고 있다”며 “(이런 국회 구도가) 다시 심판받는 기회가 지방선거”라고 짚었다. 그는 “지방선거 이후 정치지형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뒤, “(2020년) 총선까지 남은 2년 동안 문재인 정부를 국회가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를 위해, 지방선거 이후 만들어질 정치지형에서 연정이나 다른 협력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정당간 이합집산을 통해 새로운 정치구도가 형성되고 그런 환경에서 연정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으로서 문재인 정부 초반 1년을 함께 한 그는 “문 대통령이 자로 잰 듯이 일을 한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현재 성과를 100으로 치면 어느 정도를 예상했냐’고 묻자 우 원내대표는 “그분이 신중하게 문제 없도록 하실 것 같아서, 대선 전에는 70 정도로 생각했다”며 “대선 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신다”고 답했다. 특히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도 대화의 손을 내밀고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한 뒤 파탄난 한-중 관계까지 회복시킨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일자리 창출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일자리가 구조적인 문제라서 한꺼번에 되는 게 아니다. (앞으로) 대통령의 끈기가 상당한 역할을 할 거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눌려 ‘여당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적극 반박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처럼 민심과 거꾸로 갈 때 여당이 분명하게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민심이 뭘 요구하는지 늘 상의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장관 일부 후보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을 청와대에 가감없이 전달했고, 문 대통령과 비공식적으로 4~5회 정도 만나 인사 문제를 상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여당이 적극 엄호했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거취 논란과 관련해선 “김기식의 삶과 역량을 너무 잘 아는데 (야당이) 인턴 고속승진을 불륜처럼 얘기하는 것에 정말 화가 났다”면서도 “(그래도) 피감기관 예산으로 (출장을) 나가는 건 안 된다는 경각심이 의원들 사이에 생겨났다.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살펴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년 동안 최전선에서 협상에 나섰던 우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이 “민심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근혜 국정농단은 뇌관이었고 끓는 민심은 폭약이었다”며 “힘 없고 줄 없으면 억울한 꼴 당하고, 일한 만큼 대가도 못 받고 ‘더 이상 불공정한 세상에서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데 거기에 국정농단, 권력 사유화한 세력을 보고 국민들이 빵 터진 것”이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번에 특검을 통과시키면서 임대차 보호법, 가맹사업 공정화법, 건설노동자 처우 개선법 등 서민을 위한 7대 민생법안을 통과시키자고 했는데 (보수야당은) 집권여당이 하려는 걸 발목잡는다”며 “제가 ‘국민들 보기에 안 맞는다’고 하면 거긴 ‘우린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별로 신경 안 쓴다’는 뉘앙스로 얘기한다”며 개탄했다.

마지막으로 후임 원내대표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말해달라고 하자 우 원내대표는 사무실 한켠에 앉아있는 사람 만한 크기의 캐릭터 곰인형(브라운)을 가리키며 ‘곰 같은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민주당 원내대표단이 선물한 그를 닮은 브라운 인형이다. 모자 쓴 곰인형에게 드리워진 리본에는 “든든한 곰, 우직한 곰, 알고 보면 부드럽곰, 웅공이산의 정신으로 go go!!”라고 적혀 있었다. 우 원내대표는 “제가 원내대표 취임 100일이 됐을 때 마늘과 쑥으로 먹으면서 참았다고 했다”며 “여소야대이고 우리는 집권여당이다. 인내하며 야당과 접촉 늘리면서 작은 문제 하나라도 풀어야겠다고 하면 안 풀릴 일이 있겠느냐”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재인 정부의 집권당 첫 원내대표로서, 1년간 소회를 말씀해주시죠.

“9년 만의 정권교체였습니다. 우리가 한 번 정권 잡았다가 실패하고 다시 잡은 정권이기 때문에 이번엔 정말 실패하면 안된다, 정부·여당이 국민의 삶 제대로 바꾸는데 최선을 다하는 게 원내대표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겪었습니다. 인수위원회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부터 아주 늘어져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인사청문회 등 복병이 많아 국회의 걸림돌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잘 뒷받침해서 지난해 예산 통과시키고 꼭 필요한 정부조직법 통과시키면서 인수위없이 출범한 국회이고, 여소야대이고, 4개 교섭단체인 역사에 유례없는 어려운 시기였는데 잘 헤쳐왔습니다. 새로운 정부는 민주주의 새로운 토대를 만드는 시기였고, 그걸 통해 민주정부가 앞으로 나아갈 기초를 만드는 시기의 원내대표였기 때문에 굉장히 영광스럽고 저로서도 보람찬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년 전 원내대표 됐을 때 구체적 목표가 있었을 텐데 다 이뤄졌다고 보십니까.

“다 이뤄지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청간 협력은 잘한 거 같습니다. 저보고 계속 다른 당에서 집권여당의 목소리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그건 굉장히 다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처럼 민심과 거꾸로 갈 때 얘기죠. 정당은 민심이 모이는 곳인데 민심과 거꾸로갈 땐 그 문제를 분명하게 지적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이 어떤 방향인지 민심이 뭘 요구하는지 늘 상의했고 같은 방향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일 협력해 각자 위치에서 일하는 과정을 거쳐서 최고의 당청관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당청이 분리돼 있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는데 이번에는 원내대표와 청와대가 긴밀하게 하루에 수차례 연락하면서 민심을 향해 같은 방향 보면서 조율해 왔습니다.

새로운 당청관계와 함께 약속한 게 야당과 협치였습니다. 그것은 올해 2월까지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야당 문지방을 그렇게 넘나든 사람 없었을 거예요. 문제가 생기면 찾아갔으니까요. 갈등이 있는 듯 했지만, 결국은 해결하고 회기 때마다 마지막에 싹 정리하고 통과시켰습니다. 특히 지난해 예산 통과시킬 때는 정부·여당이 하고 싶은 예산을 99%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딱 하나 아쉬운 건 아동수당을 보편적 복지로 못 만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야당과 협치를 상당부분 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올해 3월부터 막하기 시작해 아쉽습니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각당이 존재감 높이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인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데, 저로서는 3월 이후에 국회가 거의 가동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1년 되돌아봤을 때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눈물 글썽인 게 기억나는데…

“(웃음)작년 추가경정예산 때였죠. 원내대표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뭐냐면 을지로위원회 하면서 ‘을’들의 고통과 청년의 고통, 힘없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원내대표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추경이 왔는데 ‘을들을 위한 예산’이 들어가 있었어요. 소방관·근로감독관 등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예산을 늘리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입니까. 그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3당 원내대표들에게 하루에 몇 번씩 전화하고 찾아가서 거의 애기가 됐어요. 그런데 모여서 합의서를 쓰는데 거기서 반대하니까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인간적 배신감에… 국민들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인데 어떻게 그걸 막냐… 그래서 결렬되고 기자회견을 하는데 울컥하더라고요. 혼신을 다해 노력했고, 국민의 삶을 위한 예산이고, 저의 철학과 소신이 닿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자고 해서가 아니고, 을지로위원회 하면서 하고자 했던 일인데 그걸 막는 야당을 보고 감정이 격해져 울컥했습니다. 운 건 아니고(웃음)”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역시 여러 가지가 있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시킬 때 정말 보람있었어요. 대법원장 위치는 3권분립으로 보면 중요한 한 축 아닙니까. 여소야대에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통과에 대개 발목잡혀서 문제가 생기거든요. 과거 3당 야합할 때도 노태우 대통령 당시 대법원장 임명 실패하고, 3당합당 한 것 아닙니까. 긴장된 순간이었고, 부대표들이 애를 많이 썼습니다. 제가 선거 때 특기가 뭐냐면 상가 방문입니다. 그때도 의원회관을 상가 방문하듯이 연락되는 의원 만나고, 없으면 보좌관한테 자료 주면서 설명하고 그랬는데 그게 보람있었어요.

더 크게 보람있었던 건 지난해 예산 때죠. 예산에 대한 이해가 다르고, 시작 때부터 야당이 굉장히 반대했어요. 그 과정에 국민의당과 호남선 케이티엑스(KTX)에 무안공항을 경유하도록 공동정책협약을 맺었습니다. 이건 정부공약이기도 해서 내부적으로 결정이 됐는데 국민의당과 성과를 나누기 위해 정부에서 발표하려는 걸 막았어요. 그뒤 국민의당과 정책협약을 맺고, 정부에 건의해서 정부가 발표하는 식으로 성과를 나누면서 국민의당 호남 쪽 의원들이 우리가 협치하려는 노력에 호응을 해줬어요. 그 건으로 국민의당 안에서도 이완이 있었고,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과 협력하려고 하다가 어려워졌죠. 자유한국당은 국민의당이 우리 편이라는 의심이 커지고, 실은 야당이 그때 상당히 이완됐죠. 그러면서 예산을 거의 완벽하게 통과시킨 건 저로서는 아주 성과있고, 보람있는 일이었습니다.”

-야당 정치인들은 ‘현안 있을 때 아쉬울 때만 와서 읍소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과거 상설협의체 얘기도 나왔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연정에 의지가 없어서 원내대표가 몸으로 뛰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한 거 아닌지요.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만들자고 한 건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원내대표들 불러서 얘기할 때 협의가 됐던 것이에요. 당시 여야정 상설협의체 제안은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제일 먼저 했고, 거기선 다 동의를 했어요. 그런데 국회 와서 논의를 하려고 하니까 정의당 빼고 하자는 거예요. 아니, 제안한 사람 빼놓고 상설협의체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소리 아닙니까. 야당은 교섭단체로만 상설협의체를 만들자고 했고, 저희는 제안한 정의당을 빼면 안된다고 해서 상설협의체 구성을 못했는데 그건 아쉬운 대목이죠. 정의당이 지금은 교섭단체 돼서 다음 원내대표가 추진하면 돼죠. 다만 그때도 정의당은 당 지지율로 보면 다른 당과 큰 차이 없었어요. 그만큼 국민을 대표하고 있었기 때문에 청와대 회동 통해 결정된 여야정협의체를 다른 야당이 수용해주면 좋은데 하지 않았죠. 그리고 제가 필요할 때마다 읍소한다고 했는데 꼭 그런 거 아녜요. 원내대표들이 지속적으로 회의하고, 필요할 때마다 협상하고 야당 요구 많이 수용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인사청문회, 예산 등 노력없이 됐겠습니까.”

-야당과의 접착력 높이기 위해서 지난해 연정 논의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실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들면서 연정도 고민해야 하지 않습니까.

“6·13지방선거 끝나고 지형을 봐야죠. 결국 국회는 과반이 넘는 건 수세적 방어선이에요. 과반을 넘겨야 야당 공격을 최소한 막아낼 수 있거든요. 180석 넘으면 선진화법 의해서 패스트트랙 할 수 있는 적극적 선인 거죠. 최소 150석 돼야 하는데 우리가 안되잖아요. 문재인 정부 전반기 첫 해는 어렵게 기초를 만드는 과정은 성공적으로 했지만,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국회를 보면, 다음 총선까지 2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시기를 국회가 어떻게 뒷받침하고, 어떻게 여건을 만들지 고민해야 하는 대목입니다. 연정 등 다른협력 방식을 고민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방식으로 지방선거 이후 만들어진 지형 속에서 고민을 해볼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을 말씀하시는지요.

“지방선거 이후에 결과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것이고, 그 상황 속에서 판단할 것입니다“

-정계개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여러가지 방식일 것입니다. 이 구도가 지방선거 이후에도 그대로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국회의 가장 큰 문제는 촛불민심으로 정권이 만들어졌지만, 국회는 촛불혁명 이전에 구성됐기 때문에 ‘갭’이 있어요. 그 갭이 국회파행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대선을 거치면서 정부는 만들어졌는데 국회는 그렇지 못한 거죠. 다시 한 번 심판 받는 게 지방선거 아니겠습니까. 지방선거 거치면서 촛불 이후 민심이 얼마나 거센지 판단될 거 같고요, 그렇게 만들어지는 지형이 국회에 영향을 미칠 거 같아요. 그렇게 만들어지는 지방선거 이후의 민심 가지고, 정치지형을 어떻게 만들어갈 건지 저는 상당히 큰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봐요.“

-아까 당청 관계가 상당히 좋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점수로 치면 몇 점 주시겠습니까.

“저는 A 학점.(웃음) 이견이 있었지만, 이견의 조정은 노출되지 않게 했어요. 이를테면 지난 번에 인사청문회 과정에 제가 대통령께 임명하는 걸 며칠 보류해달라고 하고, 다시 조정하고 그 결과를 대통령께 말씀드렸고, 한 분이 낙마를 하셨어요. 조대엽 장관 후보자. 그게 전체 민심으로, 국회 안의 흐름을 전달해 가는 과정인데 그렇게 얘기하면 대통령은 흔쾌하게 수용하고 정리하십니다. 겉으로 드러난 건 그 사례인데, 수시로 문제가 생기면 그런 식으로 조절하고 만나서 협의하고, 그런 과정 거치면서 모범적인 당청관계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야당은 힘없는 여당이라고 계속 공격하는데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는 다른 결정적인 사안도 있는지요.

“음… 호남선 케이티엑스 무안공항 경유 발표할 때도 굉장히 중요한 정부정책으로 정부나 당이 온전한 성과를 만들고 싶은데, 그때 국민의당과 같이 성과를 만들어야 된다고 해서 정부가 동의해준 것이죠. 총리고 그렇게 하라고 하셨고요. 국회에서 문제 풀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내주고 만들어갔던 것이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누가 낙마하면 당에서 의견 보내냐고 안 보내냐고 꼭 물어보는데, 뒤에는 그런 당의 노력이 있었죠. 그래서 적극적 지지자들한테 야단도 많이 맞고 그랬습니다만(웃음)“

-장관 후보자들이 낙마할 땐 거의 의견이 전달된 것이죠?

“그렇다고 봐야죠.“

-문재인 대통령과는 수시로 통화했는지요?

“통화는 그렇게 많이 하지 않고, 필요할 때 만나는 거죠.”

-문 대통령과는 몇 번 정도 만났는지요? 비공식적으로.

“4~5번 정도인 거 같은데요.”

-주로 인사 문제 관련해서인가요?

“그렇죠. 개헌 관련해서도 개헌안 발표 시점 늦춰달라고 말씀 드렸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너무 높아서 당에서 청와대 향한 ‘쓴소리’가 안 나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아까 참여정부 시절 아픈 기억을 언급하긴 했지만, 의원들 기가 눌려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꼭 그렇진 않아요.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엔 각자 얘기하고 혼선이나 시끄러움이 있었죠. 이 모습이 국민들한테 이 당은 자기들끼리 싸우고 국민의 삶을 위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줘서 첫 해 실패하고, 그게 끝까지 갔어요.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뀐 이유도 우리가 정돈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치의 맨 끝은 국민의 삶을 낫게 만들어가는 건데 저희는 제도적 민주주의 가령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등에 너무 집중했어요. 국민의 힘을 모아서 해나갔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과욕을 부리면서 민심을 잃은 거죠. 그때 그 경험으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서 청와대에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얘기하고 싶은 의원들은 대부분 원내대표에게 다 전달이 돼요. 그렇게 보면 오히려 당이 성숙된 거고, 저는 알았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꼭 그 의견은 전달해서 조정하려고 해왔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가지고 의원들이 기가 눌렸다고 하면 안되죠.(웃음)”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거취 논란이 일었을 때 청와대가 너무 나서는 바람에 당이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당시 청와대가 흥분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당은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그런 면이 있죠. 음… 김기식 의원 건은 당도 그랬습니다. 흥분했다기보다 억울해 했어요. 김 의원을 너무 잘 아니까… 역량도 잘알고 김 의원의 삶도 잘 아는데… 특히 어느 대목이냐면 인턴의 고속승진을 불륜처럼 얘기하는 것에 정말 화가 났어요. 실은 당도 억울하고 과하게 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게 있었어요. 물론 김 의원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국 나간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거예요. 김 의원 사건 거치면서 한편으로는 공격이 과도하다 생각했는데, 민심이 여기까지 용납 안하는구나, 우리를 살펴보는 계기는 됐어요. 외국에 나가는 문제 점검해보게 되고,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나가는 건, 하면 안되는 거죠. 의원들 안에서도 그런 경각심 생겨나고 그런 점에서 국민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살펴보는 좋은 계기가 된 거죠.”

-오늘이 대선 1주년입니다. 1년 전 오늘 문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문 대통령을 오랫동안 봤는데 대통령이 되기 전 문재인과 된 뒤에 문재인은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는지요?

“솔직히 말하면 대선 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한다고 생각해요.”

-현재의 성과가 100이라면 과거에 기대했던 수치는요?

“그분이 신중하게 문제 없도록 하실 것 같아서 대선 전엔 70 정도 생각했어요. 문 대통령이 을지로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하셨어요. 서민들 삶을 중요하게 보는 분이라 기대된다고 했는데, 이번에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노력하시잖아요. 지난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얘기하는데도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고, 남북관계가 풀릴 수 있는 토대가 됐습니다. 한-미관계도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분이시잖아요. 그럼에도 한-미동맹 강조하면서 잘 풀어내고 사드 문제로 벌어진 한-중관계도 거의 완벽하게 회복했어요. 오늘은 문 대통령이 일본에 갔는데 일본 관계도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해 회복됐죠. 그런 걸 보면 노력하고 자로 재듯이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당한 신뢰감이 생겼습니다.

다만 ‘일자리 대통령’으로 시작했는데 일자리 관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사인을 보내고 있는 건 분명한데 결과가 분명하게 나오진 않았어요. 이건 어렵고 복합적인 문제라, 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 기조 잘 유지하면서 성과를 내셔야 할 책임이 있고, 당도 뒷받침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 풀어지면 일자리도 상당 부분 해소되는 총체적 문제이니까요. 뚜렷한 성과는 없지만 토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끈기있게 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높아져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아쉬운 부분과 관련해서 일자리 성과 못낸 것 말고 또 있는지요.

”일자리 문제가 구조적이라서 한꺼번에 되는 게 아닙니다. 비판한다기보다 지금 기조를 끈질기게 유지해가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단기적 성과로 끝나는게 아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끈기가 상당한 역할 할 거라고 보는 거죠.”

-개헌이 무산됐는데, 앞으로 개헌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개헌과 지방선거의 동시투표 실패는 우리 국회 현주소입니다. 개헌만으로 그칠 일은 아니고 정부가 하려는 본질적인 제도 개혁이 개헌의 좌초와 같은 모습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 이후에 드러난 민심 만큼 국회 지형이 변하길 기대하고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개헌·동시투표 좌초는 우리가 국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 과제를 던진 거죠. 개헌은 미래를 설계하고 그린 건데 국민의 지지가 높습니다. 기본권·지방분권 등 기대 높은 만큼 개헌을 통과시킬 수 있는 다음 시기는 2020년 총선이죠. 국민들에게 개헌 다시 설명하고, 그걸 토대로 총선과 함께 총선 직후에 개헌 할 수 있는 국회 구도 만들어 해내자 이런 생각입니다.”

-다당제에서 소수파 집권여당 대표로 고생 많았는데 퇴임 직전까지 국회 정상화 노력을 하고 계시네요.

“제가 원래 일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태생적으로 그렇게 태어난 거 같아요.(웃음) 국회 3선 하면서 일하느라 외국에도 거의 못 나갔습니다. 복을 갖고 있는 만큼 일을 하는 건데 또 한편으로 임기 마지막까지 레임덕 없는 원내대표가 된 거죠. 물론 책임감도 책임감이죠. 지금 추경이 꼭 필요하고, 남북정상회담도 국회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임기 마지막까지 그런 역할 주어진 건 좋은 일이죠. 일 가지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 ‘드루킹 특검’도 웬만하면 수용하려고 마음 먹고 있죠. 드루킹 특검하자고 하면 할 수 있는데 드루킹 가지고 대선 전체를 조사하자고 하거나, 오늘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처럼 문재인 대통령을 조사하자고 하면, 특검을 어떻게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건 마구잡이 ‘대선불복’ 특검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인데 저는 정말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1년 동안 협상 파트너였던 보수야당, 뭐가 문제라고 보십니까.

“국민 민심을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국민들이 정치 통해서 뭘 하고 싶은지, 지난 촛불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만 들여다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는 촛불의 도화선이고 진짜 폭약은 끓는 민심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권력을 사적으로 휘두른 걸 보면서 ‘정말 못살겠다, 힘없고 줄없으면 억울한 꼴 당한다. 일한 만큼 대가도 못 받고, 취직도 안 돼서 비정규직이고, 더 이상 불공정한 세상에서 못 살겠다’는 마음이 권력 사유화한 세력 보면서 빵 터진 거죠. 중요한 건 국정농단 사태가 아니라 폭탄을 봐야 합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희망이죠. 이걸 만드는게 나라다운 나라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야당은 다른 얘기만 하고 있어요. 특검 수용하면서 우리 당이 내건 7대 민생법안, 임대차 보호법, 가맹사업 공정화법, 건설노동자 처우 개선법 등 왜 통과를 시키지 않느냐는 거죠. 서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게 국회 일인데 집권여당의 하는 일에 발목만 잡는 거죠. 그래서 제가 야당에 ‘국민들 보기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얘기하면, ‘우린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뉘앙스로 얘기해요. 그게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국회 현안으로 돌아가서… 야당이 특검과 추경 14일 ‘동시처리’를 제안했습니다. 그걸 거부한 건 특검을 최대한 늦게 출범시켜 지방선거에 주는 영향을 줄이려는 거 아닌가요.

“추경안은 정부와 협의했는데, 14일까지는 안 된다고 합니다. 추경안 심사에 최소 10일은 걸리는 만큼 (처리 시점을) 오는 17일로 했으면 받으려고 했어요. 수사범위도 문제입니다. 수사범위 내놓은 게 검찰·경찰·선관위까지 다 조사하자는 거예요. 우리는 경찰 조사에서 미진하면 특검 가자는 건데 저쪽은 검경을 다 수사하겠다, 그리고 대선을 다 조사하겠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유승민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수사하자고 하는 건데 이런 걸 어떻게 받습니까. 수사범위는 ‘드루킹 불법댓글 조작사건에 대한 특검법’ 이라는 명칭에 다 있는 것입니. 원래 특검법 만들면서 수사범위 정하는 건데 단식 걸고 수사범위 넣겠다는게…”

-특검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게 당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국회 정상화 위해서 협상한 것이고 인터넷상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우 원내대표에게 항의 문자를 많이 보낸 것으로 압니다.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은 정치인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요.

“부담되죠.”

-최근 몇 통 받았나요?

“모르겠어요. 안 세어봐서. 상당히 많이 받았습니다. 특검 반대 지지자들은 그런 의사표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받아들여서 사안 검토하고 그런 건데… 지나치게 욕설하는 건 좋지 않아요. 정치하는 사람에게 이런 건 참고사항으로 그런 정도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국민전체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열성 지지층만 보는 것은 아니고… 물론 열성지지층이 정당의 핵심지지층일 수 있지만, 핵심지지층도 중요하고, 전체 국민도 중요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볼 수 있는 게 필요한 거죠. 문자를 참고사항으로 해서 전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균형감 있게 봐야 하는 거죠.”

-오는 11일 후임 원내대표가 선출됩니다. 후임 원내대표 향한 당부 내지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 잘할 수 있는 ‘꿀팁’을 전수해주시죠.

“(사무실 한켠에 있는 ‘브라운’ 곰인형 가리키며) 작년 생일에 원내대표단이 준 선물에 ‘든든한 곰 우직한 곰 알고보면 부드럽곰 웅이공산의 정신으로 go go!!’ 이렇게 써져 있어요. 곰같이 돼야 해요.(웃음) 제가 100일 됐을 때 마늘과 쑥으로 먹으면서 참았다고 했는데, 여소야대에서 우리는 집권여당으로 어떻게든 문제 풀고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죠. 대립해서 부딪칠 때는 부딪치더라도 결국 풀어야 합니다. 인내하고 참으면서 야당과 접촉을 늘리면서 작은 문제 하나라도 풀어야겠다고 하면 안 풀릴 일이 있겠습니까. 어렵지만 최선의 노력으로 참으면서 문제를 풀어나가길 기대합니다. 특별한 왕도가 없으니까요.”

-정치인 우원식의 계획은요?

“저는 계획을 딱 세우고 한 적이 없습니다. 저한테 주어진 일, 저의 정치철학에 따라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어느 자리에 가 있었어요. 제가 당에 들어와서 초선 하고 떨어지고 재선으로 다시 들어와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왔습니다. 지도부나 원내대표 한다거나 하면 유명한 사람들이 대개 지도부는 들어오기 전에 업적이 있는데 저는 무명으로 들어와서 빠른 속도로 원내대표까지 됐어요. 원대수석부대표, 최고위원, 을지로위원회도 하고 원내대표까지. 국민에게 필요한 일, 최선 다해서 일하면 동료의원과 국민에게 인정받고 다음 일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뭘 하겠다는 계획보다는 을지로위원회 같은 국민들의 삶, 억울한 사람 없도록 하는게 정치 본령이니까요. ‘정치는 힘이 약한 사람의 가장 강한 무기가 돼야 한다’는 정신 가지고 현장에 붙어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김태규 서영지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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