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문희상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제20대 국회 후반기 2년을 이끌 국회의장 후보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73·6선)이 선출됐다.
문 의원은 16일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67표를 얻어 47표를 득표한 박병석 의원(66·5선)을 제쳤다. 우락부락한 인상 탓에 ‘여의도 포청천’이라고 불리는 문 의원은 “애초에 ‘얼굴 큰 사람 뽑자, 몸무게 많이 나가는 사람 뽑자’고 그랬으면 제가 걱정을 좀 덜했을 것”이라며 “쓸데없이 얼굴만 큰, 부족하고 불민하기 짝이 없는 이 사람을 의장 후보로 뽑아준 의원들께 감사를 드린다”는 농담 섞인 당선 인사를 건넸다. 문 의원은 “(여·야가) 지금처럼 서로를 타도 대상으로 삼고 죽기살기로 싸움만 한다면 공멸의 정치가 기다릴 것”이라며 “신뢰 속에서 다시 서는 국회를 만드는 데 제일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원내 1당이 국회의장직을 가져간 관례에 따라 문 의원이 의장으로 ‘내정’됐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로 의장을 ‘선출’하는 공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후반기 의장 선출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임기(올해 5월29일) 만료 5일 전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여야가 하반기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구성 협상에서 진통을 겪을 경우, 의장 선출 일정도 늦춰질 수 있다.
1992년 14대 총선 때 경기 의정부에서 처음 당선된 문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첫 청와대 정무수석,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첫 청와대 비서실장에 중용되는 등 정무 감각을 인정받았다.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그는 대표적인 ‘친노·친문 중진’으로 꼽힌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홍영표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뽑힌 데 이어 의장 후보도 문 의원이 선출되면서 문 대통령 집권 2년차에 ‘친문(재인)’ 정치인들이 국회 전면에 나서게 됐다.
다만, 당내에선 문 의원의 당선을 ‘친문 세력의 승리’라기보다 연배·선수에 따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두 의장 후보(문희상·박병석) 모두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를 희망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없었다. 연배가 높은 문 의원이 의장을 하는 게 순리라는 정서가 강했다”고 전했다.
김태규 서영지 기자 dokbul@hani.co.kr[관련 기사]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