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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적폐청산·남북관계 성과 뚜렷”…“일자리·재벌개혁 미흡”

등록 2018-05-24 22:06수정 2018-05-24 22:39

‘문재인 정부 출범과 혁신적 포용국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포용적 복지국가 추진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대담이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진행됐다. 대담 참석자인 성경륭(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이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포용적 복지국가 추진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대담이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진행됐다. 대담 참석자인 성경륭(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이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 정해구)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성경륭)가 주최하고 한국개발연구원(원장 최정표)이 주관하는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Inclusive Korea 2018) 국제 콘퍼런스가 24일과 25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경제·사회·정치외교 등 각 분야의 도전 과제와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국민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정책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세 기관의 장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학자들이다. ‘문재인 정부 지도교수들’이라고 부를 만 하다.

국제 콘퍼런스를 계기로 세 사람이 지난 21일 오후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과 혁신적 포용국가’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좌담은 성한용 선임기자 사회로 2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들은 대내적으로 적폐 청산과 대외적으론 북핵 문제 해결에 희망이 제시된 점을 지난 1년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더불어 잘 사는 경제’의 국정 과제를 달성하기에 아직 미흡하다고 입을 모으며 “법 개정을 통한 재벌 개혁”(최정표)과 “조세, 재정에서 지속가능성 강화(정해구)”, 큰 틀에선 “혁신과 포용의 조화(성경륭)”를 추구할 방향으로 제시했다.

성한용 선임기자 (이하 사회) 총론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해달라.

정해구 박근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게 나라냐’고 할 정도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새 정부의 정책 성과 이전에 대통령에 대한 신뢰, 국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회복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크게 보면 두 가지를 잘 한 것 같다. 하나는 권력 기구 적폐청산이다. 좀 잘된 것도 있고 못된 것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국민 만족도가 상당히 있는 것 같다. 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까지는 못 갔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적폐청산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다음은 남북관계 진전이다. 연말까지만 해도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사면초가였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남측을 압박하고 우리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문제로 중국·미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조정을 잘 해 나가고 있다.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잘하면 한반도 분단 체제를 해체시킬 수 있는 그런 전망이 보인다.

경제 부분은 고민할 게 많은 것 같다. 패러다임을 바꿨는데 패러다임이 정착을 못 한 것 같고 그런 속에서 이제 단기적인 성과 올려 달라는 여론이 크고 그 사이에서 딜레마가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장
교육개혁·균형발전은 개헌이 돼야
복지·사회 정책은 단시일 효과 못내
재정·조세에서 지속가능성 강화를
조세저항은 조세 정의로 해결해야
국회입법, 국민 지지도로 돌파 가능

성경륭 촛불 시민 혁명, 민주주의 복원, 직접 민주주의의 흐름 속에서 국민이 직접 거리에 나와 의사 표시를 했고 그 의사의 토대 위에 출발한 정부다.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1년 동안 잘 부합했다고 본다.

취임 직후 진행된 주변국 특사 외교가 대단히 중요했다. 국제 관계를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 가겠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러 나라가 환호하고 박수치고 인정했다. 그 이후에 ‘나라다운 나라’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적폐 청산을 포함해 묵힌 문제를 풀어냈다. 여러 가지 재난 상황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청와대 엔에스시 회의나 행안부, 교육부를 통해 체계적으로 잘 대응했다.

국민을 분노하고 불안하게 했던 것을 1년간 말끔하게 정리했다. 국가 관리 능력을 보여줬고 국내, 남북, 국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평화의 새로운 조건을 열고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기대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역대 어느 정부와 비교해도 뛰어난 성과였다고 본다.

최정표 과거 청산은 상당히 업적을 냈다. 1년을 지내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는 개혁이다. 외교 안보의 새 틀을 만드는 출발은 산뜻한데 이게 경제가 문제다. 경제는 변화와 개혁이다. 제일 어렵다. 1년 동안 경제는 무리 없이 끌고 왔다. 성장률도 3%대 달성하고 전체적으로 안정적 기조로 소프트랜딩을 했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분발해야 될 지점이다.

사회 100대 국정 과제 성과는?

정해구 (5대 국정 목표 중 하나인) ‘국민이 주인인 정부’는 대체적으로 잘 되는 것 같다. 적폐 청산이 이뤄졌고 소통도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잘 사는 경제’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짜서 출발하는 단계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과거의 관행과 새로 짠 패러다임이 충돌하는 부분이 매끄럽지 않다. 미진한 부분이 교육이다. 여러 번 정책이 바뀌면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은 개헌이 돼야 한다. 개헌을 하고 법률을 바꿔야 한다. 조례로는 한계가 있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

이런 모든 문제는 입법으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에서는 어느 정도 진척이 됐지만 국회에 가면 상당 부분 멈춰버린다. 정부와 국회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남겨진 문제 중 하나다.

성경륭 ‘국민이 주인인 정부’는 에이(A) 학점을 줄 수 있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가변적이라는 전제로 에이 플러스를 줄 수 있다. 전쟁의 불안에서 평화의 안도감을 줬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포용적 복지는 할 일이 굉장히 많다. 예산이 2017년 129조원인데 올해 146조원인가로 늘어났다. 전체 예산의 34%다. 이게 그대로 가면 38%까지 간다. 법인세, 소득세도 올리고 조세와 재정의 양측면에 변화를 통해서 복지를 확대하고 보장성을 높이기 때문에 에이 학점을 줘도 된다.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의 경우에는 큰 기조나 정책 설계는 에이인데 헌법, 법률 개정 사항이 많아서 실현은 비(B)학점 초반쯤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잘 사는 경제 평가가 제일 어렵다. 학점을 매기지 않겠다. 경기 침체 국면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있고 노동의 질 강화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화 등 문제가 있는데 그게 고용을 늘리는 데 방해가 된다, 경기를 어렵게 만든다 여러 논란이 있다. 그렇게 평면적 평가를 할 것은 아니다.

박정희 시대에 시작한 6대 중화학 공업 분야가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영역에 위기가 오고 있다. 조선이 많이 무너졌고 최근에는 철강, 자동차, 기계 이런 부분까지 매출이 줄어들고 고용이 줄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것을 긴급히 보완하거나 그것을 넘어서는 다른 신산업을 키우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과학 기술 분야 투자나 우수 인력을 길러내거나 산학연 협력 체계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 산업 단지를 재생하든지, 리모델링하든지 그래서 그것을 클러스터로 만들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구조조정되는 측면이 있는데 아무리 붙들고 있어도 안 되는 측면이 있다. 적절한 개선과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해 나가면서 대신할 수 있는 신기술, 신산업, 신성장의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경제 부분과 고용 노사 부분에서 성적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다.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 주장처럼 문제 투성이도 아니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 2년 차부터는 집중해야 하는 과제다.

사회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최정표 기본 틀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남북 관계는 50~60년 동안 적대적 공생 관계였다. 그 틀 자체를 해체하고 있다. 호혜적 공생 관계로 틀 자체를 바꾸는 기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본다. 북미 회담이 끝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다음 단계는 경제교류다.

남북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대북 교류 협력 체제를 어떻게 구축하느냐 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 제재가 풀린 뒤에 중구난방으로 하면 효과를 낼 수 없다. 종합 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 북한 연구부에서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

정해구 근본적 변화가 시작됐다. 그리고 순조롭게 풀릴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유격대 국가였는데 정상 국가로 가고 있다. 사회주의에서 정상 국가는 개혁 개방이다. 미국은 국익 차원에서 한반도에서 긴장이 유지, 고조되는 게 좋을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벗어날 수 있는 것 같다. 중간 선거, 재선 등 대통령의 개인적인 이해 때문에 적극적인 조처를 취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도 냉전적, 신냉전적 사고를 바꿀 계기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탁월한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제대로 풀리고 경제협력이 이뤄지면 한국 경제 발전이 기존의 동서 축에 이제 남북 축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한국 경제의 커다란 구조적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남북관계 변화가 단순히 평화만을 가져오는 게 아니고 평화를 넘어서 번영의 문제까지 엄청난 기회를 줄 것이다.

성경륭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등 의심되는 모든 장소에 대해서 ‘맥시멈 오프닝’, 최대한으로 열고, ‘맥시멈 컴플라이언스’, 최대한으로 미국 쪽에 대해 순응해야 한다. 미국은 ‘맥시멈 시큐리티’와 ‘맥시멈 서포트’를 해야 한다. 최대한 안전 보장과 최대한 지원이다. 이 두 가지를 교환하지 않으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가 중재자와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프를 그려본다면 처음에는 기울기가 낮은 상태로 갈 것이다. 각도를 높이고 빠른 속도로 가게 해야 한다. 북미 회담에서 대화가 잘 이뤄져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대화가 끊기지 않고 각도를 유지하고 높여가는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한다. 간단치 않다. 전략 연구 단위나 후속 조처 등 여러 단위에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반도체 제외 모든 경제분야 위기감
신산업 키우기 위한 동력 만들어야
청년실업, 고용보조금이 해결 못해
일터 혁신·현장 혁신 등에 지원해야
대-중소기업 간 협력·고통분담 필요

사회 ‘혁신적 포용’은 무엇인가?

성경륭 국가가 어려운 사람을 돕고 구성원들이 동등한 대접을 받고 생활이 함께 향상되고 그러면 그 사회가 안정되고 구매력이 생긴다. 그래서 포용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포용성을 높이는 만큼 혁신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어떤 사회도 역동성을 유지할 수 없다. 포용성과 혁신성을 배타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융합하고 종합하고 상호 시너지를 내게 만드는 것이 한국의 핵심 문제다.

현 단계에서는 포용성이 더 중요하다. 포용 국가가 핵심 개념이다. 여기에 정체되거나 후퇴하지 않도록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는 힘은 혁신성이다. 그래서 혁신적 포용이라고 하는 것이다.

포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이 국가나 정부를 성립시키고 포용한다. 1차 포용이다. 다음 단계는 국가가 국민을 포용해 기본 생계를 보장하고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게 하고 국민이 가진 잠재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앞의 문제이지만 포용 국가 실행 과정에서는 국가가 국민을 포용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산업간, 대중소기업 간에 엄청난 격차가 발생했다. 보수 정권이 10년 집권하면서 세금도 깎고 복지는 축소하고 상황을 너무나 악화시켰다. 저출산, 낮은 행복도, 높은 자살률이 다 여기서 비롯된다.

국가가 국민을 통제하고 약탈하고 불평등을 조정하고 복지를 축소하고 시장경제를 밀어붙이면 억압적 국가, 배타적 배제적 국가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포용 국가가 돼야 한다.

최정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일부만 잘 사는 낙수 효과가 기본 패러다임이었다. 거기에 비해 포용적 성장은 모두가 잘 사는 성장이다. 모두가 잘 살고 소비가 증가되면 그걸 통해서 성장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사회 각론으로 들어가겠다. 복지 정책을 평가해 달라.

정해구 아동수당제, 기초연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런 것은 대체로 잘 되고 있다. 복지, 사회 정책은 하루 아침에 효과를 내는 게 아니다. 그런데 사회 정책의 종합적 틀이 부족한 것 같다. 종합적 틀로 분명한 목표를 제시했으면 좋겠다. 재정 계획도 좀 문제다. 복지는 결국 돈 문제인데 재정과 조세 부분에서 지속 가능성을 강화시켜야 한다.

성경륭 복지는 과거보다 훨씬 내용과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케어’로 급여 비율을 61%에서 70%로 올리고 있다. 복지와 고용 및 경제의 연결 고리를 복지 분야에서는 사회투자 정책이라고 한다.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넉넉한 실업급여를 줘야 한다. 전 직장에서 받던 급여의 70~80%를 1년 정도 줘야 실업을 당해도 생계불안 없이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둘째,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이다. 실업 급여를 받으면서 동시에 국가가 운영하는 직업 훈련망에서 재교육을 받는 것이다.

셋째, 노동 시장 유연성이다. 우리처럼 개방형 경제의 경우 너무 경직적으로 하면 안 된다. 수량적, 기능성, 임금 유연성이 있는데, 기업 쪽에선 수량적 유연성을 요구한다. 고용과 해고를 마음대로 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 부분에 유연화가 많이 진행됐다. 내부적으로 공장 내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직무 유연성과 임금 유연성 부분을 올리는 쪽으로 해야 한다.

가족과 관련해서는 맞벌이를 많이 해 아이를 맡길 데가 없는데 보육 시설과 프로그램, 직장에서 자녀를 돌보는 탁아 시설 확대 등에 투자해야 한다.

최정표 결국은 두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우리나라 저소득 가계 빈곤층 문제다. 또 하나는 노인 빈곤이다. 기초 연금, 노인 일자리 확대 등 제도는 많이 추진하는데 재정 조달에 한계가 있다. 문재인 케어도 의사들이 반발하는데 돈벌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의료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국가가 조세를 많이 거둬서 지원해야 하는데 조세개혁과 연결된다.

사회 조세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나?

성경륭 본질적 질문이 필요하다. 참여정부에서 ‘비전 2030’을 했다. 조세 부담률이 오이시디(OECD) 수준의 절반 이하이고 복지도 절반 이하인데, 2030년까지 오이시디 평균 수준으로 가보자는 것이었다. 그때의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우리 전체 경제 규모를 놓고,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한지, 내부 분배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복지 혜택도 삶에 대한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정책 토론을 해야 한다. 민간까지 참여시켜 토론해야 한다. 우리가 세금을 어느 수준까지 가는 게 좋은지, 복지의 핵심 지출을 어디까지 하는 게 필요한지 논의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 이런 논의가 선행되지 않고 바로 조세 얘기를 하면 불만이 나올 것이다.

최정표 조세는 참 어려운 문제다. 특히 정치권에서 제일 싫어하는 화두다. 선거랑 직결된다. 결국 부자에게 더 걷고 탈루를 막아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 임대 소득세, 금융소득 과세가 다 부자들이 내야 할 세금이다. 이 조세 저항을 이긴 정권 없었다.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다 동의한다. 결국 입법을 당에서 해야 한다.

정해구 정책기획위 산하에 조세·재정 개혁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위원장 위촉 때문에 두어 달 늦어졌다. 학자들에 따라 다르지만 조세 부담률 3% 정도는 여유 있지 않으냐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다. 조세 저항이 문제인데, 조세 정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세금이 정의롭게 쓰이냐, 정의롭게 걷느냐가 중요하다. 여론조사를 보면 돈이 제대로 쓰인다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는 결론도 있다.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이 좋다. 우선 복지 정책을 하고 어느 정도 효과가 나면 조세로 옮겨가는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회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저항이 심하다.

최정표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가 가야 되는 방향이다. 우리가 14년 전 시행한 주5일 근무제도 저항이 어마어마했다. 나라 망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거 안했으면 어떻게 할 뻔했냐. 근로시간 52시간 단축도 당장은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부작용이 없으면 진작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주5일 근무제보다 훨씬 짧게 해결될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되면 일자리도 더 생긴다. 결국 삶의 질 정책이라고 봐야 한다. 소득 3만불 시대면 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사회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는?

성경륭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저항이 심한데 연구기관 보고서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고용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고용의 양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도 없다. 최근 숙박이나 도소매업에서 고용이 준다는 것인데 그게 이것 때문인지 단정할 수 없다.

다른 면을 좀 봐야 한다. 대-중소기업 사이에 납품 단가가 조정되지 않거나 대기업이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더 쥐어짤 수도 있다. 스스로의 혁신 역량으로 이겨낼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을 수 있다. 노동 부분 이외에 임대료나 금융비용 요인도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윤율을 15% 유지하겠다’는 식의 탐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모든 비난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돌리는 것이 옳지 않다. 정부가 제대로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를 학습과 혁신, 생산성을 키우는 쪽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쪽으로 가야 한다.

사회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5~6년 늦추자는 얘기가 있다.

최정표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분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다. 지금은 고용자가 부담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생산비로 부담이 전가될 것이다. 전가되기 전까지는 일단 고용자 부담이니 저항이 심하다. 결국은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돈 있는 쪽, 상류 쪽, 큰 기업 쪽으로 전가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
저소득 가계·노인 빈곤 과제로 남아
문재인 케어도 조세개혁과 연결돼

시간 단축은 결국 삶의 질 정책
재벌 개혁에는 법개정 외 방법 없어
국민적 지원 받을 수 있어 가능할 것

사회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민간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정해구 민간 부문에서 숫자가 떨어지니까 논란이 있지만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 2~3개월 통계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경제 패러다임이 이제 바뀌었는데 패러다임이 정착돼서 효과를 발휘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지원자가 많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청년들이 호응하는 것 같다.

성경륭 총량적으로는 고용률에 큰 변화가 없다. 도소매, 음식, 교육 관련해서 일부 감소했지만 다른 부분에서 플러스다.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됐고 고용보조금이 지급되고 하면 6월부터는 고용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걱정은 청년 실업률이다. 11%로 높다. 구직을 단념한 수도 많을 것이다. 실질 실업률은 21~22%일 것이다.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 맞춤형 교육 훈련을 시킨다든지 해야 한다. 기업에 고용 보조금을 주고 청년을 쓰라고 하는 정도로 안 된다.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으로 별도 교육을 시켜서 내보내야 한다. 방법을 바꿔야 한다.

혁신도 국가 차원의 혁신이 있고 일터 혁신, 현장 혁신이 있다. 현장에서 개선할 게 굉장히 많다. 현장 혁신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스마트 체계를 만들어줬는데 그런 지원을 통해 한계 선상에 있는 제조업체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내부의 혁신을 도와야 한다. 기업은 단가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소극적인데 적극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대화로 중장기적 전망을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

혁신 활동에 투자해주고 프로세스 만들고, 그래도 안 되는 것은 고용 보조금을 줘서 해결해야 하는데, 정부가 지금 고용보조금 쪽에만 투자를 하고 있다.

포용성과 혁신성을 어떻게 결합할 것이냐, 경제 민주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 대-중소기업 간에 협력과 고통 분담은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대화해야 한다. 장기적 전망으로 협력하고 혁신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와 생산 현장 혁신 이 두 가지를 해야 한다.

사회 4차 산업 시대에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는데 일자리를 늘릴 수 있나?

최정표 일자리는 총량의 문제는 아니다. 세 가지 문제다. 청년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 민간 부분 일자리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우리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금과 같은 산업 구조로는 고용이 늘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이나 건설업은 사람을 늘리지 않는다. 서비스 산업이나 레저 산업, 또 내수 산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일본이 그런 식으로 서비스 업종 일자리를 늘렸다. 료칸에 가면은 종업원이 와서 밥도 방에 가져다 주고 이불도 개준다. 산업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추되 성급하면 안 된다. 일자리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2-3년은 적어도 기다리고 끈기있게 해 나가야 한다.

정해구 혁신이나 산업구조 개편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불가피하게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공공 일자리도 있지만 민간 일자리에 대해서도 개입해야 한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국가와 민간이 같이 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불가피하게 국가가 어느 정도 개입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성경륭 독일에서 작년에 발행한 ‘아르바이트 4.0’이라는 보고서가 있다. 앞으로 일자리 줄어든다는 전망이 있지만, 자동화와 4차 산업혁명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면 일자리에 별 차이가 없고, 급격하게 진행되면 총량은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자동화나 인공지능 같은 기술극단주의, 시장극단주의에 맡기면 일자리가 거의 소멸된다. 그런데 여기에 국가가 들어가는 것이다. 보고서의 핵심은 독일이 사회국가 정신을 지킨다는 관점이다. 기업의 고용과 노사 관계에 국가가 개입한다는 것이다. 의사 결정에서 민주적 구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독일을 사회적 시장 경제라고 하는데, 노동자들이 약자이기 때문에 국가가 보호 장치와 안전 장치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다.

사회 문재인 정부가 재벌 개혁은 잘 하고 있나?

최정표 지금 주로 한 건 프렌차이즈 등 을끼리의 문제에서 작은 갑질에 대한 것이다. 거기엔 성과가 있었는데 실제 재벌들의 큰 갑질에는 아직 손도 못대고 있다. 재벌 개혁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 경제력 집중 해소다. 둘째, 투명경영이다. 두 개가 해결되면 재벌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제도개혁에 접근도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상법을 바꿔야 하고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려면 공정거래법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고 기득권층이 재벌이다. 기득권 재벌을 둘러싼 우호 세력에서 저항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 추진이 쉽지 않다. 그래도 국민 여론을 등에 업으면 촛불혁명처럼 할 수 있다고 본다. 국회가 여소야대라서 그런 법을 통과시키기 어렵다.

사회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최정표 :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역대 정부가 재벌개혁을 실패한 이유가 법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 그 때 회유하고 스스로 하라고 했다. 한 2년 지나면 재벌이 정부 말을 듣지 않는다. 재벌은 영원하고 정권은 5년이다. 김영삼 정부가 실패한 이유다.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비지니스 프렌들리라고 재벌과 같이 가겠다고 했다. 지금은 여건이 좋다. 국민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재벌 개혁은 해야 한다는 것이 촛불 혁명이었다. 좋은 상황을 잘 활용하면 제도 개혁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사회 당분간 정당 의석구조를 바꿀 수 없는데 국회 입법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정해구 높은 국민적 지지도로 국회를 돌파하는 방식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다. 일단 지방선거까지가 문재인 정부 1단계인 것 같다. 그 다음에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이제 협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해서 협치하게 되면 개혁의 상당 부분을 양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정당의 협치는 어렵다. 일단 국회 과반 협치를 고민해야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사회 마무리 발언을 부탁한다.

성경륭 재벌 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재벌 자신이다. 한진해운의 경우 만약 그 전에 개혁이 이뤄져서 전문 경영인들이 운영과 관리를 맡았다면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결합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협력하면 이익이 노동자에게만 가겠나.

문재인 정부 1주년을 맞아 행사를 하는 이유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새로운 비전과 원리를 내걸고 돌파구를 열어 보려는 것이다. 협력해서 결과를 만들어내고 어느 일방이 독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그런 일을 해내야 한다. 유럽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에 해결한 문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는 민주주의 체제만 전환하고 사회경제적 내용은 독재 시대의 것을 그대로 가져갔다. 김영삼 정부가 그래서 외환위기를 맞았다. 지금도 당시의 교훈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혁신과 포용의 원리를 조화시켜 문재인 정부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정해구 ‘이게 나라냐’는 국민의 외침에 대한 1차적 답변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였다. 이제 촛불혁명과 문재인 정부 출범이 세계적 흐름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려는 것이다. 해외에서 학자들 많이 온다. 신자유주의 이후 어디로 가야 하느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답을 해외의 더 큰 흐름에서 바라보는 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북 관계가 급진전됐다. 촛불은 대내적인 변화였지만 냉전 체제가 한반도에서 해체되는 것은 대외적 변화다. 남북관계의 변화를 발표에 포함시켰다. 한반도 차원, 세계적 차원에서 우리 미래의 큰 방향을 모색하려는 것이 이번 컨퍼런스의 목적이다.

사회 성한용 선임기자, 정리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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