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 의제가 지방선거 표심을 압도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서울·경기·경남 유권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지역활성화 등 민생 관련 의제를 더 중요한 이슈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4일, 서울에 사는 만 19살 이상 809명에게 ‘이번 선거에서 투표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이슈’를 물었더니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정책’(28.8%)이 가장 높게 나왔고 ‘지역활성화 정책’(22.3%)이 그 뒤를 이었다. 경기(814명) 지역에서는 ‘지역활성화 정책’(30.7%)과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정책’(27.5%)의 차례로, 경남(808명)에서도 ‘지역활성화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정책’이 각각 34%, 26.7%로 조사됐다. 반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를 고려한다는 답은 서울(16.3%), 경기(17.6%), 경남(13.9%)에서 모두 세번째로 밀렸다. 민주당원의 댓글 여론조작 의혹으로 정치권을 강타했던 이른바 ‘드루킹 사건’은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4%, 2.8%에 그쳤다. 특히 드루킹 특검 대상으로 지목되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출마한 경남에서도 이 의혹을 ‘투표에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6.4%에 불과했다.
다만 세대별 관심 이슈는 차이를 드러냈다. 서울의 20대와 30대는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정책을 투표에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각각 42%, 38.7%를 기록해 다른 사안을 압도했다. 반면 50대는 남북관계(21.7%)와 지역활성화 정책(21.7%)에 이어 부동산 정책(19.5%)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해부터 폭등한 서울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지역의 20대는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정책(42%)에 큰 관심을 나타낸 반면, 남북관계(7.2%)는 별다른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60대 이상에서는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이 23%로 가장 높았다. 경남에서는 전 연령대에서 지역활성화 정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조선산업 침체로 경남 내 4곳이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어려운 경제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를 투표에 고려하겠다는 답은 여야 지지층에 따라 극명히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자의 23.8%,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 지지자의 21.6%,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자 지지자의 22.4%는 각각 남북관계를 이번 투표의 주된 고려 요소로 삼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 후보 지지자들은 남북관계를 고려 요소로 삼겠다는 답이 대부분 한자릿수에 그쳤다. 야당 후보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남북관계보다, 경제 문제에 좀 더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은 “남북관계 개선이 큰 이슈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실제로 자기 삶의 문제에 더 관심이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 확인됐다”며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외교·안보 분야에 비해 경제·사회 정책 분야의 평가는 높지 않았다. 지방선거 이후, 경제와 지역 활성화 요구에 정부·여당이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 이번 조사 어떻게 했나
조사기관: 한국갤럽)
일시: 2018년 6월2~6월4일
대상: 만 19살 이상 남녀 809명(서울), 814명(경기), 808명(경남)
조사방법: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및 유선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차출 방식. 서울(유선 15%·무선 85%), 경기(유선 17%·무선 83%), 경남(유선 18%·무선 82%)
응답률: 18.8%(서울), 15.5%(경기), 18.8%(경남)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서울·경남), 95% 신뢰수준에 ±3.4%(경기)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