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장안사거리에서 집중 유세를 하고 있다. 안철수 캠프 제공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지 딱 일주일 지났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파랑색(더불어민주당), 빨강색(자유한국당), 민트색(바른미래당) 등이 넘실거립니다. 각 당의 상징색인데요. 후보는 물론 선거운동원들이 통일된 색깔의 점퍼나 조끼, 티셔츠 등을 입고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 예외인 인물이 있습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입니다.
안 후보는 서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선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동네를 찾는 선거운동이라며, ‘우리동네 안철수’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안 후보 쪽은 대선 때 걸어서 전국을 돌던 선거운동으로 ‘효과를 봤다’고 자평한 바 있는데 그 ‘뚜벅이 유세’의 서울시 버전인 셈입니다.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서울시장 시절 시정을 비판하는 것도 빼먹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 안 후보는 한번도 민트색 옷을 입지 않았습니다. 선거운동 첫날인 5월31일엔 회색, 옅은 쑥색 폴로티 등을 번갈아 입었고, 지난 1일엔 흰색 셔츠를 입었습니다. 3일엔 회색 반팔 셔츠였습니다. 이날은 처음으로 안철수·유승민·박주선·손학규 등 지도부 4명이 한 자리에 모여 유세한 날인데요. 서울은 물론 수도권 후보들이 숫자 ‘3’이 크게 적힌 민트색 옷을 입고 서울 강남에 집결했습니다. 그야말로 ‘민트 물결’을 이뤄보자고 모인 것입니다. 이 가운데 안 후보 홀로 회색 옷을 입다보니 오히려 눈에 띄기도 했는데요. 안 후보는 선거 벽보에서도 민트색을 최소화했습니다. 지난 4월 유승민 공동대표는 안 후보 캠프 개소식에 참석해 민트색 운동화를 선물하고 끈을 매어주기도 했는데요. 안 후보는 계속 검은 운동화를 신고 다닙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서울시장 등의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유는 안 후보의 발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당’보다는 ‘인물’을 내세우기 위해서입니다. 안 후보는 “지방선거는 인물 선거다”, “많은 유권자들이 이제 정당보다 이 사람이 능력이 있는지를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을 것이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안철수’라는 대선 후보급 인물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인데요. 기성 정치인들과 다른 면, 참신함을 앞세우려는 의도도 깔려있습니다.
이와 함께 바른미래당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당시 기대했던 ‘민트 바람’은 불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노원병,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을 두고 내홍만 부각되기도 했죠. 국민의당 시절인 2016년 총선때에는 선거를 일주일 가량 앞둔 이즈음 당 관계자들이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는데요. 지금은 분위기에서 차이가 큽니다.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5~8%의 박스권에 계속 갖혀 있습니다. 그나마 안 후보 지지율은 10~20%를 오가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청계산 등산로를 찾아 등산객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캠프 제공
안 후보의 ‘당보다 인물’ 전략에 대해 일부 지역 후보들 사이에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번 선거에서 ‘안철수’라는 간판 외에는 바른미래당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안 후보가 더 적극적으로 당을 앞세워주길 바라는 것인데요. 당의 한 관계자는 며칠 전 “안 후보도 민트색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들이 있어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안 후보는 보라색 체크무늬 셔츠를 입었습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반발이 일부 나오는데요. 문병호 바른미래당 인천시장 후보는 단일화 논의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그에게 ‘야권이 단일화되면 수도권에서 도움되는 측면이 있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는 도움이 된다 해도 나머지 지역은 마이너스다. 다른 지역은 바른미래당이 다 3등인데 자유한국당과 연대한다고 하면 한국당을 찍지 바른미래를 찍을 이유가 없어진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당장 현장에서도 지지자들 사이에서 ‘찍어주고 싶어도 한국당이랑 뭘 한다는 건 꼴보기 싫어 못찍겠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나는 서울시장으로 살려주고 남은 죽어도 되니 나만 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찬성하는 후보들도 있습니다. ‘지방선거의 꽃’ 서울시장 선거에 승부수를 던져야 차후를 더 도모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안 후보가 제안한 대로 김 후보가 양보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적잖습니다.
안 후보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만약 김문수 후보가 대의를 위해 결심해준다면 제가 다른 데 다 뺏기더라도 서울만은 제가 꼭 지키겠다. 이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을 바로잡고 박원순 시장의 4년을 막는 데 혼심의 힘을 다하겠다.”
김 후보의 막판 양보를 압박하며 결의를 다지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바른미래당 다른 지역 후보들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을 법한 말인데요. 오늘도 양 쪽은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될지, 성사된다면 안 후보의 말대로 “다른 데 다 뺏기더라도 서울만은” 지킬 수 있을지, 지방선거 뒤 바른미래당은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선거까지는 이제 6일 남았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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