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안고쳐도 고위직 의지 있으면 돼”
국정원법 부분개정-정책권고 저울질…여야의원 17명, 수사권 폐지안 제출
국가정보원 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현재의 국정원법을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수준의 개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4일 밝혀졌다. 열린우리당의 이런 소극적 태도는 불법도청 사건에서 나타난 국정원의 근본적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어서, 여론과 시민단체 쪽의 드센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김성곤 열린우리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정원의 정치관여 행위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문제”라며 “국정원장을 비롯한 고위직의 의지가 있으면 법을 고치지 않아도 불법감청 같은 범죄행위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정원 개혁 방안을 국정원법 개정안과 정책권고 두 가지 형태로 준비하고 있으며, 이달 25일 전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국정원 개혁기획단’(단장 원혜영 정책위의장)의 부단장을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정원 개혁 방안으로, △국회 정보위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국정원의 거부권 축소 △민간참여 정보감독기구 설립 △국정원장 임기제 △기능별 조직 재편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원의 자료 제출 거부권 축소는 국회 정보위원들의 기밀 누출행위에 대한 벌칙 강화와 함께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대출 정보위 입법조사관은 “14·15대 국회에서 검토했던 정보위 운영규칙안에 기밀을 유출한 정보위원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었다”며 “정보위원들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성곤 위원장은 기능별 조직 재편 방안에 대해서는, “법으로 강제하기는 어렵고 정책권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을 헌법기구화하는 방안이 가능하겠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수사권에 대해, 김 위원장은 “폐지하자는 쪽과 이에 반대하는 쪽이 팽팽한 상태”라며 “정보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개혁기획단이 함께 모이는 소의원총회를 열어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열린우리당의 임종인 의원, 한나라당의 엄호성,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 등 여야 의원 17명은 지난 1일 국가정보원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국가정보원 수행 직무 가운데 ‘형법 중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형법중 반란의 죄, 암호부정사용죄, 군사기밀보호법에 규정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권’을 규정하고 있는 국정원법 3조 1항 3호를 폐지하도록 했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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