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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보수 소통합? 안철수 선택은?…야권발 정계개편 어디로

등록 2018-06-14 02:00수정 2018-06-14 15:40

정계개편 어디로
‘시대착오’ 보수의 한계
‘야당발 정계개편’ 가시밭 예고

한국당·바른미래 통합여부 촉각
헤쳐모여식 큰 그림 녹록찮아
유승민 등 복귀 ‘소통합’에 무게

민주당은 8월 전대 새 대표 선출
평화당·정의당과 연정 거론 관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상파 방송 3사가 발표한 광역단체장 선거 출구조사를 지켜보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상파 방송 3사가 발표한 광역단체장 선거 출구조사를 지켜보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선거 결과는 단순히 숫자를 세는 것보다 정치적 해석이 유익하다. 6·1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참패로 읽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왜 망했을까?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고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하는 것은 어리석다. 선거 패배의 원인을 홍준표 대표 개인에게서 찾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에는 ‘주류’(메인스트림)를 자처하는 세력이 있다. 해방 이후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들은 건국-반공-근대화로 변신을 거듭했다. 그러나 이들의 본질은 기득권 세력이다. 이데올로기는 친일-분단-친미다.

이른바 보수의 2016년 총선 패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패배가 계속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에게 자유한국당 참패의 원인을 물었다. 그는 자유한국당을 비교적 잘 아는 학자다.

“단순히 정당과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첫째,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근본 기류가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과거 보수의 가치 대신에 평화, 공존, 분권, 균형 등 새로운 가치를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가치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둘째, 유권자 지형이 크게 변했다. 86세대가 50대를 차지하며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60대와 70대로 밀려났다. 오히려 20대가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런 변화를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시대에 뒤처진 이른바 보수 세력 전체의 참패라는 설명이다.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바른미래당 패배의 원인은 좀 다르다. 대통령제는 양당체제의 흡입력이 워낙 강력하다. 김종필, 정주영도 실패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리더십으로는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계개편 변수는 수두룩하다. 그러나 물꼬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 여부에 달린 것 같다. 보수 부활을 위해서는 ‘헤쳐모여’ 수준의 대통합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당장은 유승민 대표를 비롯한 옛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혁신과 통합을 명분으로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가는 ‘보수 소통합’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어쨌든 2020년 총선에서 보수 세력 전체의 명운을 걸고 다시 한 번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여야 한다.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상파 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를 보며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지상파 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를 보며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당장 자유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일단 물러나겠지만, 전당대회에 다시 출마할지, 안 할지 알 수가 없다. 홍준표 대표가 다시 출마하면 김무성·정우택 의원, 이완구 전 의원 등과 당권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것 같다. 김문수, 남경필, 김태호 등 지방선거에서 패한 후보들도 보수 재건을 명분으로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바른미래당은 역시 안철수 후보의 선택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견제를 명분으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생각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정치적 쓰레기로 몰릴 위험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원내 교섭단체는 유지할 수 있어도 정치적 식물인간 상태를 면하기 어렵다. 진퇴양난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안 후보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선택하면 박주선, 김동철, 주승용, 김관영, 권은희 의원 등 호남 지역구 출신들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공동교섭단체를 기반으로 버틸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밀고 당기기로 교섭력을 높이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당분간 야당발 정계개편의 구경꾼일 수밖에 없다. 당내 관심은 8월 전당대회에 쏠린다. 대표 출마 예상자는 범주류의 이해찬, 김진표, 송영길, 최재성, 윤호중, 전해철, 박범계, 설훈, 우원식, 이인영 의원, 비주류의 이종걸, 안민석 의원 등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거론된다.

새로 선출되는 대표의 임무는 야당과 관계를 재설정해 국회에서 개혁입법을 관철하는 것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평화당 및 정의당과의 통합이나 연정이 거론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국회를 책임지고 있는 홍영표 원내대표는 부정적이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외교·안보 현안은 우리와 가깝지만 다른 분야는 그렇지 않다. 안정적 과반 의석을 확보한 것이 아니다. 연정이나 통합도 개혁 진보 블록이 함께 정책을 추진한 결과와 실천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이지 정치적 계산으로 밀어붙이면 지지층과 국민으로부터 야합으로 몰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야당과의 연정이나 통합 등 연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건의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지방선거 뒤에 보자”고 했다. 이제 지방선거가 끝났다. 문 대통령이 정치에 적극 나설까?

청와대와 민주당 사람들은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문 대통령은 그런 식의 정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당분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 만들기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화보]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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