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를 따돌리고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인터뷰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13일 저녁 이 당선인은 압도적 표차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경기도민의 선택을 받은 이 당선인은 “제가 우리 국민들이 국민 스스로의 삶을 바꾸기 위해 만들어낸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저에게 부여된 역할,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 확고하게 책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여러 가지 많은 논란들이 있었습니다만, 경기도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제가 잊지 않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13일 저녁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부인 김혜경씨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수원/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후 방송사들과 생중계 인터뷰가 줄줄이 이어졌다. 앞서 이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당내 경선 중 나온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또 ‘형수 욕설 파문’과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한 야당과 일부 여당 지지자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이 당선인에게 ‘여배우 스캔들’ 의혹과 관련한 질문이 잇따르자, 다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이 됐다.
이 당선인은 티브이(TV)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여배우 스캔들 의혹 말고) 다른 얘기 하시면 안 됩니까? 티브이 조선의 관심사는 오로지 그거 같아요”라고 했다.
또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 확고하게 책임지도록 노력하겠다. 여러 가지 많은 논란들이 있었지만, 경기도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잊지 않겠다”는 당선 소감에 대해 제이티비시(JTBC) 앵커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하셨는데, 어떤 뜻에서 하신 말씀이냐”라고 질문하자 “그런 얘기한 적이 없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이란 가정해서 말한 적이 없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가보다”라고 답하는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진 문화방송(MBC)과 한 인터뷰에선 앵커가 “선거 막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셨다”라는 질문하려 하자 “잘 안 들린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뒤, 귀에 착용하고 있던 인이어 이어폰을 빼면서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중단했다. 이에 문화방송은 유튜브 계정을 통해 ‘아무리 질문이 곤란했어도…이재명 논란의 인터뷰’라는 제목의 영상을 소개했다.
문화방송 영상 [선택2018, 판세톡톡] 아무리 질문이 곤란했어도…. 이재명 논란의 인터뷰
기독교방송(CBS) 노컷 브이(V)도 이날 ‘‘인터뷰 태도’ 논란 이재명, 원래 이런 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제작해 소개했다. 노컷 브이는 “경기도지사에 등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밤 소감을 밝히려 찾은 선거 캠프에서 아주 생경한 모습을 보였다”며 “방송사 인터뷰에서 선거전 막판 자신을 궁지로 몰았던 '여배우 스캔들’ 의혹 관련 물음이 잇따르자 아주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영상을 보면, 이 당선인은 “(방송사들이) 예의 없이 엉뚱한 질문만 한다”면서 자신의 대변인에게 “더는 인터뷰 요청을 받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 후보는 “인터뷰하다 딴 얘기하면 끊어버리겠다”고 했고, 실제 문화방송과 생방송 인터뷰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노컷 브이는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한 도구’라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이재명 후보가 국민 알 권리 충족이 최우선인 언론사에 ‘받고 싶은 질문만 받겠다”는 건데, 이 후보가 원래 이런 분이었느냐”고 꼬집었다.
[노컷V 영상] ‘인터뷰 태도' 논란 이재명, 원래 이런 분?
잇따른 인터뷰 논란에 대해 누리꾼들은 “이재명 후보 태도 돌변에 실망이다”는 반응과 “기자들 질문이 무례했다”는 반응으로 엇갈렸다.
누리꾼들은 “경기도지사로서 도정을 위해 책임져야 할 일을 책임지겠다고 한 말을 꼭 여배우 스캔들과 엮어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편집하고 질문한 언론사들이 잘한 건 아니다”, “방송사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당선자 축하 인터뷰에서 꼭 그런 질문 했어야 했는지부터 반문해봐라”, “정책과 관련된 질문이나 축하 인사는 못할망정, 또 네거티브 질문에만 치중한다”라는 의견과 “아무리 화가 나고 네거티브 공격이 억울하더라도 도지사가 된 분이 전 국민이 보고 있는 방송 중에 고압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라고 본다”, “국민이 보는 티브이 카메라 앞에서 감정도 못 추스르는 분을 지금 도지사로 뽑은 것인가”, “그렇게 무례한 질문도 아닌 것 같은데, 본인이 예민하게 반응해 더 이상하게 생각되네요”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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