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1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희상 국회의장은 18일 “선거제도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며 “선거제도 개편만 합의하면 정치개혁을 제일 많이 한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히 반영한 국회 의석구조를 만들고, 이어 대통령의 권한 분산을 담은 개헌안까지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의장은 이날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치개혁의) 요체는 개헌 쪽보다는 선거구제 개편이 크다”며 이렇게 밝혔다. 문 의장은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건의한 안이 국회에서 깊게 논의됐고, 상당한 합의선에 이르렀다”며 무게를 실었다. 중앙선관위는 2015년 2월, 헌법재판소가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줄이라는 결정(2014년 10월)을 내린 것을 계기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일종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국회에 제안했다. 현행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구성된 국회 의석을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해 ‘비례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비례대표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도록 했다. 지역구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얻지 못하면 권역별로 의석 부족분을 비례대표로 채울 수 있게 된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당시 야당은 이 제도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이 ‘절대 불가’로 맞서면서 소선거구제 중심의 현행 선거제도가 유지됐다. 문 의장은 “헌정특위에서 합의안이 도출되진 않았지만, 대체로 중선거구제에 동의했고, 자유한국당은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를 요구하고 있어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득표하는 만큼 (의석이) 비례되지 않고 의석수가 결정된다는 건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득표수에 비례하는 원칙에 전 국민이 동의한다”며 “여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연내 개헌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촛불혁명이 시작됐다며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이 국회가 권한을 더 갖는 쪽으로 진행될 텐데 국민이 동의하겠냐’는 질문에는 “권한 분산의 축이 국회로 와야 한다는 데 국민적 의문부호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수직적인 권력 분산인 지방자치나 분권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최종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국회 기구를 통해서 여야가 (개헌) 합의안만 도출한다면 그 문제는 해결된다. 상당히 근접한 결론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문제 해결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였다”고 소개한 문 의장은 남북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북·미가 접촉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북-미 관계가 심상치 않고 간단치 않다. 국회는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는 물론이고 비준(동의)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특수활동비 문제에 대해선 “대명천지에 ‘깜깜이’, ‘쌈짓돈’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있어선 안 된다”며 “그 용도를 꼼꼼히 검토해서 부득이하게 필요한 액수 외에는 과감히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우리나라 전체 특활비 예산 중 국회 비중이 100분의 1이라며 “각 국가기관 등과도 심도있게 논의해서 결정하겠다. 국회에 예산심의권이 있기 때문에 국회가 제도 개선에 앞장설 자격이 있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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