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20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시위 계엄령 검토' 문건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국회에서 계엄령 실행 문건을 작성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가 있어도 이에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진보’를 ‘종북 세력’과 동일시한 박근혜 정부 기무사의 인식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일 군사법원 업무보고가 이뤄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사령관은 “대한민국 군의 보안과 방첩을 맡는 전문 수사기관”이라고 소개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만약 참모총장이 적법하지 않은 계엄령 문건을 작성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면 기무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이 사령관은 “(기무사 수사가 가능한) 적법한 10대 범죄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군 전문수사기관으로서 수사에 들어가겠다”고 답했다. 이어 표 의원이 “기무사령관이 위수령·계엄령 검토한다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가. 장관이 그런 지시를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묻자 이 사령관은 “안 하겠다. 직무와 관련되지 않은 일은 직속상관에게 건의해서 합법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국방부 장관의 불법적인 지시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얘기였다.
이 사령관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시민들을 ‘종북 세력’으로 볼 수 없다는 소신 발언도 이어갔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격화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진보’ 세력을 괄호 안에 ‘종북’이라고 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박주민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종북이냐”는 질문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이 사령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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