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첫 업무보고를 받기 전, 서훈 국정원장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을 방문해 서훈 국정원장에게서 국내 정치 개입 근절을 위한 조직개편과 한반도 미래 정보 수요에 따른 발전 방향에 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의 이날 국정원 방문은, 국정원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에 개입했던 적폐를 청산하고 국내 정보 부서를 폐지하는 등 조직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국정원은 국내 정보 부서에서 일하던 인력을 해외·북한·방첩·대테러 분야로 재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정원 직원들에게 생중계된 격려사에서 “국정원은 정부조직법상 유일한 대통령 직속기관”이지만 “여러분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대통령 개인이나 정권이 아니라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국가와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 국정원을 정치로 오염시키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원의 위상이 달라지지 않도록 우리의 목표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국정원법 개정안이 연내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러분도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11월 국정원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가정보원의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 정보’를 삭제해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조작 등 선거개입 의혹 사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 보고서 유출 사건, 박근혜 정부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사건 등을 조사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담당 정부 부처에 후속조치를 당부한 바 있다.
서훈 국정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지난 1년 과거의 잘못된 일과 관행을 해소하고 국내 정치와의 완전한 절연과 업무수행체제·조직 혁신에 주력해왔다”며 “개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각오로 미래 정보 수요와 환경변화에 대비하는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정원의 임무에 관해 “새로운 국정원은 더욱 높아진 대북 정보능력으로, 위기 시에는 위기에 유능하게 대처하고 대화 시기에는 대화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실력있는 안보기관으로서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 앞서 청사에 설치된 추모비 성격의 석판 ‘이름없는 별’ 앞에서 묵념하고, 이날 행사가 끝난 뒤에는 1961년에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설립된 것을 기념해 수령 57년짜리 소나무 한 그루를 기념식수 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과 2005년 민정수석으로, 2007년엔 비서실장으로 국정원을 방문한 바 있다.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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