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일보 이병주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위한 국회 입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된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소유 확대를 반대했다. 기업이 은행을 사금고처럼 악용하지 못하게 하는 ‘은산분리’ 원칙 유지가 당론이었기 때문이다. 여당이 된 뒤에도 인터넷은행이 재벌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청와대에서 예정됐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준비 부족’을 이유로 연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시 핵심 의제가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였고, 이를 포함한 규제혁신 성과가 미흡해 “답답하다”는 문 대통령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를 차단하고 인터넷은행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식으로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여당 정무위원들은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 보유 한도를 ‘4%’로 제한한 은행법을 손대지 않는 대신, 인터넷 전문은행 투자에만 예외를 두는 특례법 형태로 입법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국회엔 정무위 여당 간사인 정재호 민주당 의원과 바른미래당 소속 김관영 원내대표와 유의동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 3건이 제출돼 있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의결권 지분 보유 한도를 34%(정재호·김관영), 50%(유의동)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인터넷은행이 대주주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정재호·김관영)도 담아 기업의 사금고화를 막도록 했다. 이외에 산업자본의 의결권 보유 한도를 50%까지 늘리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2건(자유한국당 강석진·김용태)도 제출돼 있다.
야당이 그간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를 주장했고, 여당도 특례법 형태로 완화하자는 방향을 잡으면서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입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민주당은 인터넷은행 진입 장벽은 낮추지만 케이뱅크 특혜 의혹은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차은택씨의 측근을 임원으로 입사시킨 케이티가 그 대가로 케이뱅크 설립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케이뱅크가 용역계약의 절반 이상을 케이티 계열사와 맺고 있으며 인터넷은행 지분 규제가 완화되면 케이티가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주주간 계약서’도 공개됐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정재호 의원은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은산분리 완화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주사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등은 당연히 특례법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조사 의뢰 등을 통해 케이뱅크 인가 특혜 의혹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